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처음으로 장내에서 이마트 주식을 사들이며 보유주식을 확대했다. "최근 이마트 주가 하락에 따른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보통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최고 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이마트 주가에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할인점 매출이 감소하고 있고 온라인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주가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에 따르면 19만원대에 머물던 이마트 주가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소식에 2월들어 17만원대로 미끄러졌다. 이후 소폭 반등했던 주가가 다시 17만원대 초반으로 미끄러지자 정 부회장이 이마트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루에 1만~3만여주씩 이마트 주식 총 14만주(0.50%)를 장내에서 매수해 보유주식을 288만399주(10.33%)로 늘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 주가가 하락한 데 따른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정 부회장이 지분 매수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커머스 및 온라인 식료품 시장 경쟁이 예상보다 심화되면서 이마트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이번 정 부회장의 액션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10시 45분 현재 이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9500원(5.54%) 오른 1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주식을 추가로 더 사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이마트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식 매입 평균단가가 17만2465원이고, 2016년 5월 3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70만1203주(2.51%)를 주당 18만3500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상반기까지는 분명 실적부진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를 반영한 선제적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마트 주가가 꾸준히 반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 주가가 올해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1.5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하지만 "할인점 업황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렵고 온라인 신설법인 출범 후 프로모션이 지속될 예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을 추천한다"고 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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