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기술수출 절반 차지
"개발 노하우 쌓인 덕분"
IT기술로 물질 발굴도
[ 임유 기자 ] 합성(케미컬)의약품이 국내 바이오벤처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지만 그동안 축적된 개발력 등을 토대로 합성의약품 틈새시장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가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88건 중 합성의약품은 51건(57%)이다. 2016년 SK케미칼에서 독립한 티움바이오는 3년 만에 2건의 합성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다. 보로노이, 미토이뮨테라퓨틱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오스티오뉴로젠 등 바이오벤처들도 합성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김순하 미토이뮨테라퓨틱스 대표는 “요즘 합성의약품은 지고 바이오의약품이 뜨는 추세지만 실제로는 바이오신약보다 합성신약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합성의약품은 저분자 화학물질을 결합해 만들고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단백질 등으로 제조한다. 합성의약품은 합성법을 알면 저렴하고 쉽게 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를 배양해서 만들기 때문에 생산하기 어렵고 생산 단가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이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바이오의약품보다 합성의약품 개발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다”며 “합성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가 많은 배경”이라고 했다.
합성의약품은 환자 편의성 측면에도 장점을 갖고 있다. 합성의약품은 대부분 알약이지만 바이오의약품은 거의 정맥주사제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의약품은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경구 투여해도 약효가 병변에 빨리 작용한다”며 “바이오의약품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고 했다.
약물 작용 기전도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이 다르다. 합성의약품은 저분자 물질이어서 세포막을 투과해 세포 안 병변에 직접 작용한다. 바이오의약품은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세포막을 뚫지 못하고 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해 간접적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 김 대표는 “난치성 폐질환 등 많은 질환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부전으로 생기는데 합성의약품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독성은 줄이면서도 약효를 높인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수 있게 됐다. 보로노이는 컴퓨터로 화합물과 분자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가상으로 시험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합성신약을 개발 중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