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봄철 알레르기 질환
[ 이지현 기자 ] 물 같은 콧물이 주룩주룩 나오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 것은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 증상이다. 봄이 되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꽃가루가 코, 입으로 들어가 잘못된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나이에 따라 질환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신생아 때 알레르기가 시작돼 나이가 들면서 점차 다른 유형으로 바뀌는 것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대개 태어나자마자 위장관 알레르기를 호소하다가 아토피 피부염이 생긴다. 이후 천식, 알레르기 비염으로 발전된다. 대개 성인이 되면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지지만 50대가 돼서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조기에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봄이면 늘어나는 각종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무해한 물질에 과민반응하는 알레르기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으며 코 입 위장 피부 등을 통해 다양한 물질에 노출된다. 이 물질이 독성 물질이 아니거나 세균, 바이러스처럼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 아니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몸에 해가 되지 않는 물질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불필요한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알레르기라고 한다. 꽃가루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유물이다. 대개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집먼지진드기도 마찬가지다. 알레르기 환자의 면역계는 이들 물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런 물질을 배출하려고 콧물이 계속 흐르고 재채기를 한다. 코가 가렵거나 기관지가 수축해 기침, 호흡곤란이 생기는 것도 알레르기 증상이다. 새우, 땅콩처럼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이를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전신에 두드러기가 난다. 심하면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인구의 10~20% 정도는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숙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계속되는 재채기, 물처럼 흐르는 콧물, 반복되는 코 막힘, 코 가려움증이 생기는 병”이라며 “봄에는 나무 꽃가루가 원인이고 초여름에는 잔디 꽃가루, 가을에는 잡초 꽃가루가 원인이 돼 생긴다”고 했다. 대개 4~5월에 증상이 가장 심하다. 집먼지진드기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비듬 역시 마찬가지다.
천식 환자는 호흡곤란 호소
알레르기 반응인 염증이 코 점막에만 생기면 알레르기 비염이다. 이 염증이 기관지까지 번지면 기관지 천식이 생긴다. 천식이 있으면 기관지가 좁아져 숨 쉬기가 어렵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을 오랫동안 앓은 환자는 기침, 가슴 답답함 등 천식 증상이 나타나도 비염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다. 심한 호흡곤란을 겪은 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천식은 호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때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호흡이 불편하고, 숨 쉴 때 가슴에서 쌕쌕 하는 소리가 나거나 기침이 악화되고 오래가면 천식일 수 있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도 날이 따뜻해지면 괴로움을 겪는다. 햇볕에 노출된 뒤 가려움증, 발진 증상을 호소한다. 가렵고 습진처럼 진물이 나는 환자도 많다. 처음에는 두드러기가 주로 생긴다. 심한 간지럼증 때문에 계속 긁으면 피가 나고 상처가 생겨 추가 감염될 수 있다. 햇빛 알레르기는 해를 피해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잦아든다.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치료를 한다. 다만 연고를 자주 바르면 피부를 보호하는 장벽 기능이 약해져 증상이 심해질 위험이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줄기도 한다.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잠 안 오는 치료제도 많아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진단을 받으면 어떤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세부 검사 등을 한다. 이후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되는 걸 피하는 것이다. 땅콩, 새우같이 먹는 음식 때문에 생기는 알레르기라면 이들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 등은 완전히 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에 사는 비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 정도를 낮출 순 있지만 이를 완전히 차단하고 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알레르기 비염, 천식 환자에게는 약물치료를 주로 한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생기는 주요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예전에 처방하던 항히스타민제는 과민한 신경을 가라앉히는 진정 효과가 강해 약을 먹은 뒤 심한 졸음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다. 운전하거나 학교 수업을 듣는 등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일에 방해될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이런 진정작용이 거의 없는 항히스타민제가 많이 개발됐다. 졸음 증상이 거의 없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대부분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알레르기 치료법 중에는 꽃가루 등 원인 물질에 익숙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처음에는 원인이 되는 물질에 조금 노출시켰다가 점점 용량을 늘려 몸속에 많은 양을 투입하는 식이다.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다만 알레르기 물질을 투입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잘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통해 적절하게 시행해야 한다.
계절성 알레르기, 증상 1~2주 전 치료해야
알레르기 비염은 생기는 원인에 따라 예방법이 다르다. 집먼지진드기 또는 애완동물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다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관리하는 게 도움된다. 꽃가루 때문에 생긴다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꽃가루가 많은 시기 등 특정한 계절에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라면 증상이 생기기 1~2주 전 약물 또는 면역반응 치료 등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고 예방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레르기가 있어도 치료되지 않는다고 여기고 방치한다. 하지만 알레르기도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조 교수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히 잘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며 “증상을 참고 방치하면 병이 점차 진행돼 치료가 어려워질지 모른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조유숙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