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그린 읽은 김시우, 화끈한 '버디 파티'

입력 2019-04-05 17:28
발레로 텍사스 오픈 1R
6언더파 단독 선두 질주


[ 이관우 기자 ] 김시우(24)는 2017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제패해 글로벌 스타로 떴다. 이때 쓴 그립이 집게그립이다. 몸에 익힌 지 한 달밖에 안 된 이 그립으로 그는 통산 2승째와 우승상금 21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그는 그러나 이 그립을 그리 오래 쓰진 못했다. 더 이상 우승을 가져다주지 않아서다. 이후 일반그립을 주로 사용한 그는 올해까지 2년간 55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통산 3승을 일궈내지 못했다. 가장 좋은 성적이 지난해 4월 올린 2위(RBC헤리티지)였다.

4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발레로텍사스오픈(총상금 750만달러)에 출전한 그는 한때나마 ‘신통방통’했던 집게그립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다. 리디아 고(뉴질랜드), 애덤 스콧(호주) 등 스타급 챔피언들이 즐겨 써 많은 선수가 따라 한 ‘그린 경사 표준화’ 기술이다. 그린 경사를 단계별로 구분해 손가락 개수와 맞물려 그 손가락 폭만큼 포물선으로 공을 굴리는 방식이다. 그는 “5년 전 배운 건데 그동안 쓰지 않다가 이번에 모처럼 해봤다”고 말했다.

효과는 일단 합격점이다. 김시우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TPC샌안토니오 AT&T 오크스코스(파72·7522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1라운드를 6언더파 66타로 마쳤다. J T 포스턴(미국), 아브라함 안서(멕시코) 등 4명의 공동 2위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다. 보기는 2개만 내주고 버디 8개를 잡았다. 김시우는 “그린 경사만 잘 읽으면 퍼팅을 홀에 넣을 자신은 있었다. 느낌이 좋다”고 했다.

김시우는 지난 세 시즌 동안 퍼팅 때문에 애를 먹었다. 퍼팅으로 타수 이득을 본 지수(SG퍼팅) 순위가 제일 높았던 게 2015~2016시즌의 118위. 그는 이번 시즌 이 순위를 29위까지 끌어올려 자신감이 커졌다. 하지만 유독 지난 3개 대회에서만큼은 퍼터가 무뎠다. 에임포인트를 5년 만에 다시 꺼내든 배경이다.

김시우는 이날 홀에 떨군 8개의 버디 중 4개를 3m 이상 중거리 퍼팅에서 뽑아냈다. 이 가운데 3번홀은 6m짜리 장거리 퍼팅이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앞둔 그로서는 기분 좋은 징조다. 그는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 자격으로 오는 11일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출전이 확정됐다.

안병훈(28)과 이경훈(28)이 나란히 3언더파 공동 17위에 올랐다. 강성훈(32)은 2언더파 공동 33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마스터스 마지막 출전권을 부상으로 받는다. 한국 선수 간 마스터스행 티켓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게 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