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찔끔 새는 변실금·요실금…부끄럽다고 놔두면 요로감염 위험

입력 2019-04-05 17:25
이정구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女 발병률 男보다 22배↑
방치 땐 삶의 질 하락


[ 이지현 기자 ]
나이가 들면 소변이 새 나오는 요실금 증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병원을 찾는 게 부끄러워 치료를 포기하고 성인용 기저귀에 의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정구 고려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사진)는 “요실금이 있으면 냄새 등을 걱정해 외출을 꺼리게 되고 삶의 질도 떨어진다”며 “치료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너무 낙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요실금 증상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7년 13만7610명이다. 하지만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상당수기 때문이다. 요실금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3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5.4%, 60대 20.7%였다. 요실금은 대표적인 노화현상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70대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요실금 증상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요실금은 심혈관 질환이나 관절염처럼 나이가 들면서 동반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변을 참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요실금 환자도 늘어난다.

이 교수는 “소변을 참게 하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는 게 요실금의 주원인”이라며 “거동을 못 할수록 요실금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성별에 따라 요실금이 생기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남성은 주로 전립선 비대증 때문에 요실금이 생긴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30%가 요실금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처음에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 신경이 제 기능을 못해 소변을 참지 못하게 된다. 이후 소변이 새는 요실금 현상이 나타난다. 여성은 남성보다 요실금이 생길 위험이 22배나 높다. 남성보다 요도가 짧고 임신, 출산 등을 경험하면서 요실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실금 환자 중에는 대변이 새 나오는 변실금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여성 요실금 환자 5명 중 1명이 변실금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실금과 변실금이 함께 생기는 것을 복합실금이라 부른다. 임신과 분만 때문에 대소변을 제어하는 신경이 망가지고 방광이나 괄약근 근전도 신호가 이상해져 증상이 나타난다.

요실금과 변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질환이 있으면 다양한 부수적인 문제가 생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의지와 달리 대소변이 새 나오면 피부 감염, 방광염, 요로 감염 등이 생기기 쉽다. 요실금은 약물, 수술 등을 통해 치료한다. 이 교수는 “요의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 소변이 새 나오는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이나 방광을 지배하는 신경, 뇌 조절 문제 등이 겹쳐 생긴다”며 “방광 수축을 억제하는 약이나 신경 자극을 억제하는 약을 써 치료한다”고 했다.

방광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해 신경을 마비시켜 새는 것을 막기도 한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은 주사를 맞고 6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져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남성은 주사 부작용 때문에 소변을 보지 못하는 요폐로 이어질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요실금이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거나 요실금과 변실금이 동반됐다면 천수신경을 조절하는 시술을 한다. 척추 꼬리뼈에 있는 천수 3번 구멍을 찾아 전극 바늘로 신경 뿌리에 전기 자극을 주는 시술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