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제 다시 빛보나 했는데"…'로이킴' 불똥 튄 막걸리 업계

입력 2019-04-05 09:53

지난해 2030대 젊은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며 이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막걸리 시장에 '버닝썬' 불똥이 튀고 있다. '장수 생(生)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탁주의 주주인 가수 로이킴(본명 김상우·26)이 이 사건과 관련한 '음란물 유포 혐의'로 피의자 입건되면서다. 서울탁주 제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불매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수 로이킴은 지난 4일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입건됐다. 로이킴은 애초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음란물 유포 정황이 확인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로이킴은 가수 정준영과 승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로이킴은 조만간 입국해 조사에 임할 예정이다.

로이킴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은 로이킴이 주주로 있는 서울탁주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서울탁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생(生) 막걸리인 '장수 막걸리'의 제조회사다. 정식 명칭은 '서울탁주제조협회'다. 국내 수도권 막걸리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서울탁주는 1962년 2월 세무당국이 관리상의 편의를 위해 세운 일종의 조합으로 당시 서울의 양조장 100여곳의 대표 중 51명이 주주회원으로 참여했다. 로이킴의 할아버지도 이들 주주 중 한 명이었다.

57년이 흐른 지금 서울탁주 주주는 여전히 51명이다. 1세대 주주는 거의 없고 대부분 로이킴 처럼 2세 혹은 3세다. 로이킴도 2014년 아버지 김홍탁 홍익대학교 교수로부터 서울탁주 지분 1.96%를 전량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탁주는 51명이 돌아가면서 경영을 맡는다. 대부분 대표는 비상근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 로이킴도 비상근 대표다. 로이킴의 아버지 김홍탁 교수는 전날 강의에 앞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탁주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이제 겨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막걸리 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빠질까봐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세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막걸리가 속해 있는 국내 탁주시장은 2011년 5075억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가 2017년과 지난해 3560억원→4000억원(업계 예상치)으로 다시 회복세다.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고 디자인을 대폭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면서다.

서울탁주도 지난해 22년 만의 신제품인 '인생 막걸리'를 출시했다. '장수 생막걸리'보다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춰 젊은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탁주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건 그동안 막걸리를 멀리했던 젊은 소비자 층이 새로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시 막걸리 시장을 떠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탁주 관계자는 "로이킴은 51명의 주주 중 한 명일뿐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