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에 대형 산불…'태풍급 바람'타고 속초까지 초고속 확산

입력 2019-04-05 00:27
도로·민가 태우며 수차례 폭발음 "전쟁터 방불"
속초高 기숙사 불타
주민 대피령 속 인명 피해도
靑 위기관리센터 가동
문 대통령, 식목일 행사 취소


[ 정의진/임호범 기자 ]
강원도 설악산 인근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까지 덮쳐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속초 일대에는 소형 태풍급인 최대풍속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소방당국은 밤새 불길을 잡지 못했다. 불은 속초 시내 주택가와 도로까지 확산돼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4일 강원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17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주변에 있는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불은 강한 서풍을 타고 설악산과 속초 시내 쪽으로 번져 설악동과 속초고 인근, 장사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고성군도 원암리, 성천리, 용촌리, 인흥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불은 도로와 주택가까지 번져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처음에 화재가 난 토성면 도로 인근에선 1명이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암리 2개 마을에는 불이 옮겨붙어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고 기숙사에도 불길이 옮겨붙었다.

소방청은 불길이 확산되자 최고 수준인 ‘3단계 대응’을 발령하고 전국 차원에서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풍과 낮은 습도로 인해 불길 확산을 막지 못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너무 바람이 강해 화재 진화를 못 하고 시내 쪽으로 확산되는 것만 막고 있다”며 “영랑초 중앙초 속초시청소년수련관 등 3곳을 대피소로 정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께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약수터 인근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이 초속 6~7m 안팎의 강한 바람을 타고 민가를 위협하자 인제군은 남전리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당국은 오후 4시쯤 강원도 전체와 다른 시·도 소방인력 및 장비까지 지원받았지만 산불을 진화하지 못했다. 이 밖에 이날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충남 아산시 설화산, 경북 포항시 운재산 인근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산림이 크게 훼손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밤 늦게 5일로 예정된 식목일 기념식 행사를 취소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주민 대피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후속 대응 상황을 면밀히 챙기라”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국가안보실 1차장 주관하에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며 “현장에는 소방차 66대, 소방인력 1000명이 투입됐고 600여 명의 주민이 6개소로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속초=임호범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