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이어 섣부른 탈석탄…'탈(脫)전기' 하자고 할 텐가

입력 2019-04-04 18:07
정부가 탈(脫)원전에 이어 탈석탄도 본격화했다. 10년 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의 37%인 22기를 감축하고, 신설을 막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5개 발전공기업에 ‘석탄발전소 성능 개선사업과 신규 건설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발전회사들은 석탄발전소 설계수명 연한(30년) 전에 설비 개선을 통해 10년 이상 수명을 늘리던 작업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당면한 과제가 미세먼지뿐이면 탈석탄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 에너지대계(大計)와 경제 파장을 고려할 때 탈원전에 이은 탈석탄은 섣부르고 위험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석탄발전은 국내 전력 공급의 41.9%를 차지하는 ‘제1 발전원(源)’이다. 발전단가가 ㎾h당 82.50원으로 원자력(62.05원)보다 높지만 LNG(121.22원), 신재생(180.98원)보다는 훨씬 낮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LNG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LNG발전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만만치 않고, 신재생의 핵심인 태양광발전 시설은 환경 파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석탄발전에 대한 정부의 오해와 도그마다. 노후 발전소도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 30년 미만인 발전소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더 낮아진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동중단 대상을 30년 이상 된 발전소에서만 고르고, 정작 미세먼지 배출 1~3위인 발전소는 제외하는 희한한 결정을 내렸다. 자동차의 관리상태는 무시하고 연식만 고려한 것과 같은 행정편의주의다. 게다가 신설 석탄발전소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초초임계’ 기술이 적용돼 발전효율이 높고, 오염물 저감에서 LNG발전에 맞먹는다는 사실은 아예 도외시됐다.

대선 공약이라도 탈원전과 탈석탄은 애초에 병립할 수 없는 과욕이었다. 독일 사례가 있다지만 주변국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신재생 기술이 세계 최고인 독일과, ‘에너지 섬’인 한국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지금 탈원전·탈석탄을 밀어붙이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잡고, 전기료는 안 올리면서 전력을 차질없이 공급하겠다고 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자꾸 이러다간 ‘탈전기’ 하자는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