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한국경제TV 주최
'세계화 4.0 새로운 기회' 세션
[ 이지훈 기자 ]
“공유경제가 가져온 디지털 혁명이 기존의 국가 간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다.”(아룬 순다라라잔 미국 뉴욕대 교수)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4일 주최한 ‘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 ‘세계화 4.0, 새로운 기회’에선 공유경제 확산이 가져올 대전환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 순다라라잔 교수,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 김지현 IT칼럼니스트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패권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률·금융·의료도 공유경제로
순다라라잔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확산이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에어비앤비와 우버 이용자가 전통적인 호텔 체인과 운송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개별 이용자를 ICT로 연결하면서 전통 제조업체의 기득권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법률, 금융, 의료 등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도 탈(脫)중앙화된 공유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집에서 요리하다 칼에 손을 벤 사람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주변에 있는 의료 종사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라며 “이런 공유경제는 전문 영역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이 정부 영향력을 넘어 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지현 IT칼럼니스트는 “한국에선 카카오뱅크, 토스, 네이버페이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기존의 금융사업자 대신 ICT업계에서 탄생했다”며 “이 기업들은 개별 소비자에 대한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힘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이 각국 규제와 정책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며 “기술 기반 플랫폼 업체들은 조만간 정부 이상의 힘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세션 토론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러올 노동환경 변화에도 발빠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공유경제가 확산되면 일자리 개념도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뀔 것”이라며 “사회안전망을 위한 규제를 마련하는 데도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부(富)를 참여자에게 고루 분배하는 공정한 규칙을 정해야 공유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성장 이끈 동력도 혁신기업
기술 기반 서비스의 힘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G2(미국·중국)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코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미국은 작년에도 2.9%의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업종별 경계를 해체하고 있는 아마존, 구글 같은 기술 기반 혁신기업들이 국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의 혁신 속도는 놀라울 정도”라며 “전자결제 등 일부 분야에선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뛰어난 관료와 인재의 결합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세계 무대를 주름잡을 플랫폼 기업을 키워내지 못한 유럽연합(EU)보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코웬 교수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혁신이 신(新)경제냉전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크게 보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구와 중국 중심의 아시아로 세계 경제가 양분될 것이란 견해다.
코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 중심주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중 간 긴장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통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화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