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호텔기업 '오요' 창업자 리테시 아가왈

입력 2019-04-04 16:28
Global CEO & Issue focus

호텔 청소부로 일하며 사업 구상
스무살 인도 청년의 '당돌한 창업'
"2023년까지 메리어트 제치겠다"


[ 설지연 기자 ] “2023년까지 메리어트를 제치고 세계 최대 호텔 체인으로 키우겠다.”

인도의 호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오요(OYO)는 앞으로 4년 안에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을 앞질러 가장 큰 호텔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2013년 창립된 7년차 기업의 포부치고는 너무 당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요는 이미 세계 전역에서 51만5000개 객실을 보유했다. 메리어트의 120만 객실엔 못 미치지만 힐튼, 인터컨티넨탈, 윈덤 등의 뒤를 이어 객실 수로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호텔 체인이다.

오요를 창업한 리테시 아가왈은 놀랍게도 1993년생, 이제 겨우 26세다. 그가 특별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아가왈은 인도 한 작은 마을의 평범한 집안 출신이지만 어려서부터 창업자를 꿈꿨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해 그 꿈을 이뤘다.

이 인도 청년이 세운 호텔 기업에 미국 세쿼이아, 일본 소프트뱅크 등도 투자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오요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호텔을 운영한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고질적 숙박 문제 해결사로

오요는 인도를 여행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불쾌한 숙박 경험을 없애면서 인도의 숙박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인도에선 예약한 호텔이 광고 사진으로 보던 것과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쓰러질 것 같은 외관에 화장실은 물이 새거나 녹물이 나오고, 침대는 몇 달간 세탁하지 않은 것 같은 시트가 깔린 데다 에어컨도 잘 안 켜지는 호텔이 다반사다. 아가왈은 “이런 머물 가치가 없는 숙박 시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요는 인도 숙박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몇 가지 방식을 고안했다. 먼저 그는 저가 호텔의 객실 일부를 한꺼번에 빌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객실 수 100실 이하 호텔이 전 세계 호텔의 90%나 되는데도 이 영역을 공략한 글로벌 체인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인이나 가족이 운영하던 각양각색 소형 호텔들을 찾아 오요 체인에 가입시키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나갔다.

오요 체인에 들어온 소형 호텔들은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객실에 수건 욕실용품 샤워시설 TV 와이파이 등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이 과정에서 30개의 표준 매뉴얼을 마련했다. 고도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뉴얼대로 2~3일 간격으로 점검하도록 했다.

단순한 전략이었지만 규모에 표준화가 더해지니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객실 요금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오요 체인 호텔의 숙박료는 1박에 25~50달러다. 글로벌 체인 호텔 중 최저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가입 요금을 받거나 매출 일부분을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식으로 운영된다. 호텔 쪽에서도 환영이다. 일부 호텔은 20%대에 머무르던 기존 객실 점유율이 오요 체인에 통합된 뒤 한 달 만에 세 배 이상 높아지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기업 도약

아가왈은 어린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13세 때 스마트폰 유심칩을 팔며 생활비를 벌었고, 컴퓨터 코딩을 독학해 혼자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인도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지만 사흘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호텔 청소부로 1년간 일하며 호텔 사업을 구상했다.

처음엔 인도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속되지 못했다. 직접 등록된 숙박시설들을 돌아다녀보니 도저히 묵을 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는 창업의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아가왈은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전자결제 회사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 등을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상금 10만달러를 창업 자금으로 지원받았다. 아가왈은 실리콘밸리에서 “인도를 넘어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첨단기술에 눈을 뜨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호텔 주변 물동량, 매출, 객실 점유율 등을 분석했다. 오요 직원이 8500명인데 이 중 700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 정도로 데이터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고와 예약관리, 정리 점검 등 호텔 운영도 오르비스라는 앱을 통해 이뤄진다.

2년 만에 객실 100배 늘어…폭발적 성장

오요 체인의 호텔은 현재 1만3000개가 넘는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물론 영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전역에 진출해 매달 6만4000여 개의 객실을 늘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1000실이던 오요 객실 수는 작년 초 10만 실까지 2년 만에 100배로 늘었다.

그가 인도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무려 10만여 개에 이른다. 창업 5년 만에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 투자회사인 세쿼이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 등에서 총 1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단기간에 글로벌 호텔기업으로 성장한 오요는 점차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오요 홈’이란 이름으로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단기 임대 사업도 시작했다. 또 젊은 대학생들을 가이드로 배정해 지역 맛집이나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오요 캡틴’이란 서비스도 추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