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신흥 명가' 펄어비스…장인정신 담은 콘텐츠로 '한국의 디즈니' 꿈꾼다

입력 2019-04-04 16:21
Cover Story - 펄어비스

펄어비스의 게임 개발 경쟁력


[ 임현우 기자 ] 게임업계에 ‘모바일 바람’이 거세게 불던 2010년대 초, 펄어비스는 PC용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개발에 온힘을 쏟았다. 다른 회사들이 모두 모바일을 외칠 때 정반대 길을 갈 수 있었던 건 “게임 기술을 탄탄히 쌓으면 통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2014년 출시된 검은사막이 국내외에서 성공을 거두며 펄어비스는 단숨에 ‘MMORPG의 신흥 명가’로 떠오르고 있다.

펄어비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 청사진은 ‘한국의 디즈니’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지식재산권(IP), 남다른 기술력, 열정과 장인정신을 모두 갖춘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디즈니의 ‘마블’ 등이 세계적 위상을 지키는 데는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첨단 기술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고, 이런 법칙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펄어비스는 게임을 만들기에 앞서 게임의 토대를 이루는 엔진 개발부터 시작했다. 국내 유명 게임회사들이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해외에서 만든 상용 게임 엔진을 가져다 쓰던 관행을 깼다.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은 개발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고, 플랫폼의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엔진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한다.

자체 엔진은 펄어비스의 가장 큰 ‘무기’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그래픽 구현 능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캐릭터의 움직임도 보다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회사는 자체 게임 엔진 개발팀을 운영 중이며 향후 신작에는 차세대 게임 엔진을 적용할 계획이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서버의 발달 등 기술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경광호 펄어비스 팀장은 “PC·모바일·콘솔 플랫폼을 동시 지원하고 크로스 플랫폼, 클라우딩 게임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펄어비스가 개발하는 게임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펄어비스의 또 다른 경쟁력은 다른회사 개발자들이 탐낼 만한 수준의 최첨단 설비다. 이 회사는 업계 최초로 모션캡처실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3차원(3D) 스캔 스튜디오도 갖췄다. 모션캡처는 보통 영화를 찍을 때 배우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데 많이 쓰인다. 검은사막 캐릭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사람의 움직임을 모션캡처로 본떠 게임 속 전투 동작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3D 스캔 스튜디오에서는 사람, 갑옷, 무기 등 피사체를 180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한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와 가까운 모습을 게임에 담아냈다. 개발자들의 반복 업무 부담을 줄여 더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다.

펄어비스의 오디오실은 게임 속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바쁘게 돌아간다. ‘검은사막 리마스터’에서는 컴퓨터 미디 음악으로 제작하던 기존 방식 대신 오케스트라 연주가 삽입되고 대륙별 배경음악이 적용됐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사운드 부문 기술창작상을 받았다. 류휘만 펄어비스 오디오실장은 “사운드는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라며 “배경음악 자체만으로 예술성을 지닌 게임 오디오를 제작해 다른 게임과 차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펄어비스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인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 2년 연속 참가했다. 자체 엔진 기술, 음악 제작 과정, 복셀 내비게이션 시스템, 멀티 플레이어 슈터 개발 기술 등을 공유해 해외 쟁쟁한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