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대졸 초임 20%인상까지…공격적인 인재확보전 나선 日기업들

입력 2019-04-04 10:30
수정 2019-04-04 10:39

2020년 봄 대졸자 초봉을 21%인상(패스트리테일링), 올 봄 신입사원 초봉을 4년 만에 인상(이온리테일, 로손 등), 내년 고급 정보기술(IT)인력의 첫 해 연봉을 올해보다 100만엔(약 1000만원)증액(라인)…

일본 주요 기업들이 젊은 인재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습니다. 전통적인 연공서열형 임금 시스템을 유지해왔던 일본 기업들은 통상 상대적으로 ‘박한’ 초봉 체계를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 등에 따른 일손부족 현상이 심해져 ‘구직자 우위 시장’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결국 고임금을 전면에 내세우며 인재 쟁탈전에 나선 것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2020년 봄에 입사 예정인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현재(21만엔)보다 21%높은 25만5000엔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650명가량 채용인원 중 적지 않은 인원에겐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 파견근무 기회도 부여할 계획입니다.

이 회사가 신입사원 초봉을 대폭 인상하고 나선 것은 월급을 올리지 않고선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액연봉을 앞세운 외국계 기업이나 대형 종합상사 등에게 인재를 뺏기고 있다고 분석한 영향이 큽니다. 이에 따라 일본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종합상사의 초봉평균(25만5000엔)수준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패스트리테일링 뿐 아니라 큐피(식료품 제조), 니토리(인테리어), 이온리테일링(유통), 로손(편의점) 등 다양한 업종으로 초봉 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 봄 일본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은 전 산업 평균이 20만6700엔(약 210만원)으로 최근 10년간 9300엔(약 9만4600원)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왔던 것입니다. 보너스와 교통비 지원 등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초봉 수준도 높지 않은 선에서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일손부족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젊은 층의 인기가 덜한 기업부터 임금인상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종래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특히 IT분야를 중심으론 거액 연봉을 제시하며 인력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확산되면서 고급 IT기술 지닌 인재 수요는 늘어난 반면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AI 및 사물인터넷 분야 인력은 2020년에 4만8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라인은 대졸 신규 채용 과정 중 고급 IT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 전형 과정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고급인력의 경우, 2020년 봄 신규 채용 시 연봉 최저액을 700만엔(약 7120만원)으로 잡았습니다. 이는 올해 고급인력 최저연봉(600만엔)보다 100만엔(약 1017만원)가량 많은 금액입니다. 일반 엔지니어 최저연봉(528만엔)에 비해선 200만엔 가까이 높습니다.

야후재팬도 올해부터 ‘엔지니어 스페셜 코스’를 마련해 첫 해 연봉을 650만엔(약 6613만원)이상으로 정했습니다. 통상적인 학부졸업 신입사원에 비해 50%가량 고임금을 제시한 것입니다. 도시바도 올해부터 AI분야 고급 인력 확보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임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인사평가 시스템 업체인 ‘내일의 팀’은 올 4월부터 대졸 초임 연봉을 5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입사 전 인턴 업무 성과 등을 반영해 초봉을 28만~33만엔으로 차등지급하는 것입니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능력만큼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다”는 요구가 강한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입니다. AI개발 스타트업 중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는 프리퍼드네트웍스도 능력이나 실적에 따른 차등 급여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밖에 대졸 신입사원은 아니지만 지난해 NTT데이터는 연봉 2000만~3000만엔(약 2억~3억 원)을 제시하며 사물인터넷 분야 전문가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820만엔을 훌쩍 뛰어넘는 보수를 제시한 것입니다. 의류 판매 사이트 조조타운도 지난해 IT분야 최고급 전문가를 연봉 1억엔(약 10억 원)에 채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좋은 일자리’냐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일본에서 결국 초봉 인상도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시장의 인력 공급부족·수요증가에 따라 기업들의 구인경쟁이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모습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우수인재 확보 경쟁이 어떤 모습, 어느 수준으로까지 확산될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