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여영국, 예상 밖 초박빙 승리…통영·고성 정점식 '완승'

입력 2019-04-04 00:18
4·3 보궐선거

보수-진보 '1대1' 균형 택한 PK 민심
'노동1번지' 창원성산 초접전 승부
통영·고성은 한국당 정점식 낙승



[ 박종필/하헌형 기자 ] 여야가 3일 치러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1 대 1의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11시30분 현재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45.75%를 득표해 2위인 강기윤 한국당 후보(45.21%)를 앞섰다. 통영·고성의 경우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59.00%의 표를 얻어 양문석 민주당 후보(37.17%)를 따돌렸다.

역대 최고치 기록한 투표율

부산·경남(PK) 지역 민심 풍향계가 될 이번 선거에서 승부를 가를 결정적 변수는 투표율이었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는 투표율이 14.37%로, 국회의원 선거가 포함된 역대 재보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 투표일인 3일 투표율은 경남 창원 성산 선거구와 통영·고성 선거구 모두 51.2%를 기록했다.

이날 여야는 개표 직후부터 50%가 넘는 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여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강 후보에게 줄곧 뒤자다가 개표 마무리를 앞두고 마지막 뒤집기를 이뤄냈다.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사무총장은 “창원은 젊은 층 투표가 의외로 많아 투표율이 낮지 않다. (퇴근 시간대인) 저녁이 되면서 여권이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당의 경남FC 경기장 유세 물의, 정점식 한국당 후보 측근의 기자 매수 의혹 등 사건이 잇달아 터진 것이 여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냈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한국당은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 지역의 어려운 경제 여건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펴 ‘PK 석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총출동해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려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제 4교섭단체’의 등장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첫 승부처였던 창원 성산에서 비록 졌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황 대표가 창원 성산에 상주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명운을 건 선거를 치른 것을 감안하면 보수 리더로서 ‘황교안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여권에 밀려 고전했던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분위기다. 황 대표는 개표 직후 “무너져가는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회복하라는 숙제를 창원 시민들이 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이 경남 창원 성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둠에 따라 범여권은 겨우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여당의 ‘우군’인 정의당 국회 의석수가 6석이 되면서 14석인 민주평화당은 잃었던 교섭단체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양당의 의석 수를 합하면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이 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당장 4월 임시국회 시작 전까지 교섭단체 재구성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사망하기 전까지 두 당은 ‘평화와 정의 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교섭단체 연대를 한 바 있어 교섭단체 구성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교섭단체 4당 체제가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선거제 개혁을 놓고 한국당을 포위하는 3 대 1의 구도를 만들 수 있고,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 공조를 같이 하더라도 적어도 2 대 2의 구도로 여야 협상과정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 패스트트랙 도입 등 복잡한 국회 상황을 감안할 때 여권에 우호적인 교섭단체가 하나 더 등장한 것은 한국당에 불리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정의당의 승리를 여권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재검표’ 요구에 직면할 정도로 초박빙으로 끝난 선거 결과가 많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도시’라고 불리는 창원 성산에서 압승하지 못하고 한국당이 상당한 표를 가져간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여권 단일화 탓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손에 쥔 의석이 한 석도 없다는 점도 ‘실속을 차리지 못한’ 대목으로 지적된다.

박종필/하헌형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