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 "증시퇴출제도, 현실에 맞게 수술할 것"

입력 2019-04-03 16:07
수정 2019-04-03 17:25
≪이 기사는 04월03일(15:5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대대적인 증시퇴출 제도 정비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매출액, 시가총액과 같은 형식적 기준을 상향조정해 ‘좀비기업’의 상장 연명을 막고, 업종별로 퇴출 규정을 세분화하는 등 상장폐지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치겠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3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팔래스호텔에서 한국회계학회 주최로 열린 ‘회계선진화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경제 실정을 고려해 퇴출기준을 개편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우선 퇴출기준을 현실화하기 위해 매출액, 시가총액 등 형식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규정에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매출액 50억원 미만 △시가총액 50억원 미달 30일간 지속 △자본금 50% 이상 잠식 △일반주주수 200명(지분율 10%)미만 등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에 들어가고 요건을 일정기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매출 30억원 미만, 시총 40억원 미만 30일간 지속 등이 퇴출 기준에 해당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기준은 여러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퇴출의 경우 큰 개정없이 10여년 전 만들어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투자가치가 없는 데도 과거에 만들어진 형식적 요건을 겨우 맞춰가며 상장이 유지되고 있는 좀비기업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따라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적 상폐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유가증권시장에 우선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형식적 요건을 올리면 상폐 대상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업종별로 관리종목과 상장폐지와 관련한 재무요건을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 매출 30억원 미만이면 무조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식이 아니라, 바이오기업에는 평균 임상 소요기간 동안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해주는 등 산업과 기업의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상장폐지 대상 기업에 이의신청 기회를 확대하고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1년 유예기간을 주는 등 자발적 개선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회계감리 때문에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게 회계감리 기간을 단축하고 감리대상 선정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금융감독당국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유가증권시장 상장 단독요건 신설, 코스닥시장 기술특례 활성화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