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70년 생일에…"유럽, 분담금 더 내라" 청구서 내민 트럼프

입력 2019-04-03 15:06
수정 2019-04-08 17:50
독일 콕 찍어 "제 몫 안 냈다"
1월 1000억달러 증액에도
주요 회원국 추가 부담 압박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유럽 동맹의 핵심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70주년을 이틀 앞두고 또다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냈다. 동맹보다 ‘돈 문제’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 만나 “NATO 회원국들이 더 많은 분담금을 지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일 열리는 ‘70주년 생일잔치’를 위해 워싱턴DC를 찾은 NATO 수장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독일을 지목해 “솔직히 독일은 그들의 공평한 몫, 마땅히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NATO가 정한 국방예산 가이드라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다. 적어도 2024년까지 이 기준을 지켜야 한다. 지난해 이 기준에 부합한 나라는 29개 회원국 중 7개국뿐이었다. 미국이 3.39%로 가장 높고 그리스, 영국, 에스토니아,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2~2.2%대다.

그나마 미국을 제외한 주요 강대국 중에선 영국만 기준을 넘는다. 독일(1.23%)을 비롯해 프랑스(1.82%), 이탈리아(1.15%), 스페인(0.93%) 등 유럽 주요 경제 대국도 국방비 기여도가 기준치보다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유럽과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고 압박했다. 2017년 5월 NATO 정상회의에선 NATO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액이 가이드라인에 미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납세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NATO 압박’은 이미 효과를 내고 있다. NATO는 올해 1월 내년 방위비 분담금을 1000억달러 인상하기로 했다. 미국을 제외한 NATO 회원국들은 지난해 3120억달러 정도의 방위비를 분담했는데, 내년 말에는 4120억달러를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어느 시점에선가 가이드라인(GDP의 2%)보다 더 높게 가야 한다”며 NATO 회원국들의 ‘추가 부담’을 요구했다. 작년엔 “방위비 비중을 GDP의 4%로 올리라”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은 NATO에 전례 없는 긴장을 불러왔다. 일부 유럽 회원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NATO 흔들기’에 맞서 독자적인 ‘유럽군’ 창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우리는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며 유럽군 창설을 주장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언젠가 실질적이고 진정한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한 비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모욕적”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NATO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러시아의 재부상은 NATO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무력 침공한 데 이어 2014년엔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이런 가운데 NATO는 3, 4일 워싱턴DC에서 ‘NATO 외교장관 회의’를 연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