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경찰청장, 우리 아빠랑 '베프'야"
경찰 황하나 마약 논란 '내사 착수'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 우리말로 '절친'이라 해석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씨의 입에 오르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등극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
그는 평소 명품 쇼핑을 즐기는 일상을 공유해 화제가 됐다.
4년 전 마약 사건에 연루됐지만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2016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학생 조모씨가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하고 매수·매도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문에는 조씨가 황하나씨와 마약을 투약했다고 나와 있으며 황씨의 이름이 무려 8차례나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문에는 2015년 9월 중순경 강남 모처에서 황씨가 조씨에게 필로폰 0.5g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건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씨는 황씨가 지정한 마약 공급책 명의의 계좌에 30만원을 송금했다. 황씨가 구입한 필로폰을 3차례 걸쳐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로 희석해 조씨 팔에 주사하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조씨)은 황하나와 공모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황씨는 이와 관련해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황씨는 2015년 무렵 "야 중앙지검 부장검사?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장난하냐. 베프야"라며 고위층과의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황하나 누군지도 모르고 남양유업에 지인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씨가 마약사건에 깊숙이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정황에서 경찰의 봐주기 의혹이 짙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황씨는 2011년에도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논란이 불거지자 "황씨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 대 고가의 명품을 거침없이 사 대던 황씨에게서 이런 검은 돈거래가 포착되자 일각에서는 유흥비와 명품 구입을 위해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약 봐주기 수사 의혹이 최초 보도된 지난 1일에도 황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인스타그램에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김치를 판다는 홍보를 서슴지 않았다.
YTN 뉴스에 출연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황하나가 일련의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치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종의 방어적인 행위,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를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황하나에 의해 마약 공급을 받았던 사람은 처벌을 받았지만 황하나는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확인이 되어야 하지만 '버닝썬'에도 굉장히 자주 출현했다고 한다"면서 "이들이 문제를 일으킨 시기는 2014~2016년이다. 황하나씨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뭘 믿고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김치 홍보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