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 격화에 콘텐츠 제작사들 '몸값' 고공행진

입력 2019-04-02 17:31
인수·투자 물밑 경쟁 치열

불 붙는 제작사 확보전
몸집 키우는 제작사



[ 김희경 기자 ] ‘미스터 션샤인’을 만든 국내 대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한 국내외 기업의 ‘투자 입질’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업체인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 최대주주인 CJ ENM의 지분 일부를 사들일 것이란 관측이 심심찮게 나온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한국 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워 아시아 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 LG유플러스도 지난 2월 CJ ENM으로부터 CJ헬로를 사들이며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상반기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매각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랫폼 전쟁으로 수요 급증

국내 드라마 제작사의 몸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전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에서 앞서야 한다. 이 때문에 좋은 작품을 제공할 드라마 제작사를 확보(인수합병 및 지분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TV 채널도 많아지며 작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러 장르 가운데서도 드라마 콘텐츠가 가장 인기다. 영화보다 러닝타임이 길고 예능에 비해 큰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어서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 등 경쟁 통신업체들이 OTT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제작사 투자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CJ ENM처럼 종합콘텐츠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카카오M 역시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체 제작사 메가몬스터가 있지만 시너지를 극대화할 제작사를 찾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탄탄한 실적 성장과 몸집 키우기

드라마 제작사들의 실적 향상도 이 같은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32% 늘어난 3796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399억원을 기록했다. 100여 개국에 작품을 수출해 해외 매출 비중이 29%로 확대됐다. 지난해엔 ‘미스터 션샤인’의 방영권을 약 280억원에 넷플릭스에 팔기도 했다. ‘SKY캐슬’ 등을 제작한 제이콘텐트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1.6% 증가한 5113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5.2% 늘어난 347억원을 기록했다. ‘왜 그래 풍상씨’ 등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의 매출은 지난해 6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제작사들은 ‘몸집 키우기’를 통해 기업가치를 더욱 높이려 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달 25일 제작사 지티스트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문화창고와 화앤담픽쳐스, KPJ에 이은 네 번째 제작사 인수다. 이를 통해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에 이어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쓴 노희경 작가까지 확보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우수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이콘텐트리도 지난달 제작사 필름몬스터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필름몬스터는 드라마 ‘트랩’과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제작했다.

디즈니 등 후발 OTT업체도 관심

제작사의 몸값은 당분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에 대규모 제작비를 투자해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는 미국 내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를 아시아 가입자 확대로 돌파해나갈 것”이라며 “한류 열풍을 타고 각광받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더욱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애플, 디즈니 등 새롭게 OTT 사업에 뛰어드는 해외 업체도 국내 제작사를 메인 파트너로 삼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