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도전했다
(4) 불편한 곳에 기회가 있다
현대차·네이버도 반한 '물류전문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 배태웅 기자 ]
음식 배달을 시키다 보면 초록색 재킷을 입은 배달원을 볼 때가 있다. 국내 물류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쉬코리아에 소속된 ‘부릉 라이더’들이다. 이 때문에 메쉬코리아를 배달 대행업체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 회사의 본업은 빅데이터다. 전체 인력의 3분의 1이 연구개발(R&D) 직원이다. 물류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접목해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는 솔루션이 주력 상품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네이버, 현대차 등의 업체로부터 75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배달업계에 있었다면 신기술을 접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장을 잘 안다고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고정관념”이라고 말했다.
“물류업계, 모르니까 도전했죠”
유 대표는 창업 전만 해도 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딜로이트, 바클레이즈 등에서 경력을 쌓으며 업계에서 촉망받는 젊은 컨설턴트로 평가받았다.
유 대표의 인생이 달라진 계기는 아버지의 장례식이다. 2011년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면서 그의 눈에 띈 게 근조화환을 배달하는 배달원들이었다. 배달이 끝난 뒤 하염없이 콜(배달 주문)을 기다리는 모습이 무척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이 우연한 생각은 2년 뒤인 2013년 메쉬코리아 창업의 실마리가 됐다.
국내 배달시장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다. 화주는 배송을 중개업자 성격의 주선사에 의뢰한다. 주선사가 배달을 담당하는 차주에게 물건을 건네는 게 다음 단계다. 주선사와 차주 사이에 다른 중개 업체가 끼어 있는 경우도 많다. 배송 과정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다 보니 통합적인 물류 관리가 쉽지 않다. 배송 순서가 뒤죽박죽되는 일도 잦다.
메쉬코리아는 이 점을 감안해 주선사와 차주 사이의 중개를 최소화하는 자동배차 시스템 ‘부릉TMS’를 개발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배차 순서를 자동으로 설계해 배송 거리를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중개업체가 낄 필요가 없어 차주들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최적 배차 거리를 조정하기 위해 서울 지역의 도로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하고 이를 추가해야 했다. 초기 투자받은 금액의 절반 이상을 부릉TMS 개발에 쏟아부었다. 개발 과정에서 자금이 모자라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힘든 날도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거쳐 완성된 부릉TMS는 2014년 이마트에 처음 도입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티켓몬스터, 대한통운 등에도 차례로 도입됐다.
유 대표는 “데이터만 쌓인다면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인 배차로 업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감에 의존하기보다 수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평소 성격도 사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가 사업 핵심
메쉬코리아의 핵심 사업은 배달대행 서비스인 ‘부릉프라임’과 물류배송 솔루션인 부릉TMS로 나뉜다. 1만7000여 명의 부릉 라이더를 통해 배달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릉TMS의 기술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부릉TMS를 활용하면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고, 업체에 맞춰 최적화된 경로를 구축할 수 있다. 기본 4개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배차 경로를 완성하고 추가적으로 날씨와 교통상황, 배송 물품에 맞춰 경로를 수정한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알고리즘을 끼웠다 빼면서 최적화된 경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주들의 배송 노하우도 학습 범주에 포함된다.
빅데이터 수집은 각 부릉 라이더의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 라이더의 이동 거리, 매장별 대기시간을 모두 수집한다. 이를 통해 배송 경로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음식업체가 메뉴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릴 때 이를 반영해 배차 경로를 수정하는 식이다. 가맹 상점의 결제단말기(POS) 정보도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각 업체가 보유한 재고량과 주문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음식 재고와 종류에 따른 배차 수정도 가능하다.
메쉬코리아는 부릉프라임에 트럭 배송을 도입해 도심 내 물류배송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와 결합해 도심 내에서 가장 최적화된 물류 배송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의 핵심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유연한 물류 배치다.
유 대표는 “기존 택배업체와 달리 도심 내 빠른 물류 배송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며 “오토바이와 트럭 간 배송 데이터를 결합해 도시물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