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채상욱 "아직도 모르나…집값 상승 공식 깨졌다"

입력 2019-04-02 07:00
수정 2019-04-02 14:11
"9·13 대책 이후 주택시장 4분할…따로 움직여
올해 하락요인 많아…소형 고가주택 중심 약세"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요. 판이 완전히 바뀐 지 오래입니다.”

지난 1일 만난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공급량이나 입지 같은 전통적인 펀더멘탈만으론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설명할 수 없는 단계로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택시장이 4분할돼 집단별로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채 위원은 지난해 대세 상승장의 한복판에서 ‘하락’으로 전망을 바꾼 유일한 부동산 전문가다. ‘9·13 대책’이 계기였다. 그는 아파트를 공시가격 6억원(서울·수도권 기준)과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초과 여부로 나눴다. 9·13 대책은 이들 4가지 집단 가운데 3가지 집단에서 투자수요가 급감하도록 설계돼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약세론의 근거였다.

그의 전망은 또 적중했다. 서울 집값은 뚝뚝 떨어졌다. 그는 서울 집값이 맥을 못추던 2013년에도 집값이 급등할 것으로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채 위원은 최근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란 책을 펴내면서 약세 논리를 더욱 구체화했다. 오는 2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리는 ‘한경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설명할 예정이다. 콘서트를 앞두고 그를 미리 만났다.


▶주택시장을 4가지로 나누는데 어떤 기준인가.

“두 가지의 기준선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여부(지방 3억원), 전용 85㎡ 초과 여부다. 이를 기준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의 실익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값을 올린 건 임대사업자 같은 투자수요였다. 특정 지역에서 매수자의 보증금승계비율, 그러니까 갭투자 비율이 높았던 시기엔 어김없이 집값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9·13 대책 이후 새로 취득한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여기에다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 최대 70%) 혜택도 손봤다. 공시가격 6억원을 넘어가는 집은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뒤 양도하더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서울 집값을 밀어올리던 소형 고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 초과) 아파트에 쏠리던 투자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세 전환을 예상했던 것이다.”

▶공급량이나 입지, 개발호재 같은 전통적 판단기준은 더 이상 부동산값에 영향을 줄 수 없단 이야기인가.

“이제 시장은 완전히 분절됐다. 4등분해서 각 분할(Segment)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 서울 요지의 소형 고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 초과) 아파트는 투자 매력이 너무 줄어들었다. 입지 좋은 서울 강남의 신축 단지 가격이 왜 꺾이고 있겠는가. 예컨대 강남 아파트를 새로 취득한 3주택자라면 10년 뒤 10억원이 오르더라도 처분할 때 양도세로 6억5000만원을 내야 한다. 보유기간 동안 내는 수억원대의 종부세까지 고려하면 세후로 남기는 게 없다. 종부세는 투자원금이 손괴될 수 있을 만큼 무서운 세금이다.

반대로 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한 소형 저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엔 여전히 투자 메리트가 있다. 이들에 대해선 부동산시장의 전통적인 펀더멘탈이 유효하다.”


▶공시가격 발표를 보면 서울에서 6억 이하 주택은 전년 대비 줄고 수도권에선 크게 늘었다. 앞으로는 수도권이 주력시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렇다. 앞으로 변화폭이 큰 투자 대상군은 소형 저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될 것이다. 서울 출퇴근 비중이 높은 ‘서울 세력권’ 도시이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이 개선되는 지역 신축 아파트는 드라마틱하게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다. 이걸 계산한 투자자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물론 입지가치는 생각보다 천천히 변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수도권에서도 기존 소형 저가 아파트 중에 올해 투자 대상군에서 이탈한 곳들이 많다. 광교신도시의 경우 역세권 중소형 면적대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6억원을 넘긴 곳이 많다. 반대로 재고주택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예컨대 분당신도시 시범마을 단지들의 경우 올해 새롭게 공시된 가격의 상승폭이 적어 아직도 6억원을 밑돈다.”

▶하지만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단지들에서 산발적으로 최고가가 나오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이후 거래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경신하는 것인지 이번에 뜬금없이 최고가를 기록한 것인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거래가 꾸준했던 게 아니라면 투자자보단 실수요자가 매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입지 좋은 곳의 소형 고가(전용 85㎡ 초과·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여전히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투자수요가 달라붙지 않는다면 꾸준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긴 힘들다. 신고가를 찍은 몇몇 아파트가 올해 꾸준히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재건축 아파트는 어떻게 전망하나.

“다주택자에겐 최우선 정리 대상이다. 특히 초기 단계 재건축은 더욱 그렇다. 강남의 경우 이미 공시가격 6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들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아 환수금을 내야하는 게 확정된 상황에서 서울시 ‘도시·건축혁신안’ 등으로 앞으로 사업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내야 할 보유세가 더 늘어난다는 소리다. 당초 올해를 사업 개시시점으로 잡기 위해 재건축 시기조절을 하는 단지들이 많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계산식은 사업 개시시점의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환수금을 덜 내는 구조인 까닭이다. 그러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서울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다. 주민들은 결국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점까지 고려해 공시가격을 산정했을 것이라고 본다.”


▶약세론을 펼치면서도 대형 면적대는 강세를 전망했는데.

“대형은 실수요의 영역이다. 투자 의지를 접고 1주택으로 정리하는 이들이 진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집을 대형화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 대형 면적대가 오른다는 건 아니다. 경기 용인처럼 대형 면적대 공급이 많았다면 힘들다. 반대로 서울은 그동안 대형 공급이 적었다. 그런데 대형도 공시가격 6억 이하와 초과 여부에 따라 저가와 고가 두 가지로 나뉜다. 대형 저가(전용 85㎡ 초과·공시가격 6억원 이하)는 이미 주변에 대형 면적대 공급이 많은 곳들이다. 반대로 대형 고가(전용 85㎡ 초과·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공급이 희소한 지역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1주택을 공동명의로 돌리면 공시가격 12억원(남편 6억+아내 6억)까지 종부세를 안 낸다. 전용 84㎡로 이 조건을 맞추는 게 대형보다 절세에 유리할 텐데도 대형이 강세를 보일까?

“예컨대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중대형 면적대는 올해 공시가격이 13억9000만원이다. 1주택인 부부 공동소유라면 12억원을 초과하는 1억9000만원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내기 때문에 세금이 얼마 안 된다. 다시 말해 대형을 공동소유할 경우 더 넓은 집에 살면서 종부세 걱정도 안 하고 산다는 얘기다. 시가 50억원 상당의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78㎡를 보자.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30억원에서 32억원으로 비교적 조금 올랐다. 50억원짜리 아파트를 1주택 부부가 공동소유하면 종부세를 450만원씩 내는데 이게 경제력 대비 부담되는 수준일까.”

▶종부세는 6월 1일이 과세기준일이다. 이 시기 전에 급매 물건이 늘어날까.

“일시적 2주택자와 그냥 2주택자의 상황이 다를 것이다. 과거 조건을 적용받은 일시적 2주택자는 3년 이내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소형 고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원 초과)의 경우 이 같은 양상을 보일 것이다. 반대로 그냥 2주택자는 지금 양도할 경우 양도세가 무섭다. 우선 공동명의를 통한 절세를 생각하고 둘째로는 증여도 대안으로 염두에 둘 것이다.”


▶증여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증여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락기엔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하락 요인이 많다. 우선 종부세 인상 부담은 이미 시장 상황에 잘 녹아 있다. 하반기엔 대형 이슈가 또 하나 있다. 1주택자가 시가 9억원 이상 집을 팔 때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 최대 80%) 혜택이 올해를 끝으로 변경된다. 내년부턴 2년 이상 거주 실적을 채워야 똑같은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만약 돈이 모자라 실제로 거주하진 못했던 집을 판다면 10년 보유기간을 채웠을 때 올해 공제율은 80%지만 내년엔 20%로 줄어든다. 이 같은 비거주 1주택 매물들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많이 나올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내년보다 올해 조정폭이 클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바닥은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대외적인 요인이 없는 한 지루한 장세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전세가격은 오를까.

“전세 낀 투자가 없어지면 전세 공급도 그만큼 줄게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임대료도 올라간다. 하반기로 갈수록 소형 고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원 초과) 수요는 전세 대기수요로 이동할 수 있다. 고가 전세가 전체 전세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매매가격과 갭이 줄어들면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더라도 다시 투자수요가 진입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런 투자는 집값이 올라봤자 평가이익일 뿐 실현되는 이익이 아니다. 임대주택 등록을 못 하는 만큼 양도차익의 대부분이 세금이어서다. 그래도 자신 있다면 사라. 세금은 자신의 몫이다. 세법과 정부 정책은 소형 저가(전용 85㎡ 이하·공시가격 6억원 이하)를 정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 광역 분산화가 명확하다. 힘들게 맞서기보단 여기 올라타면서 유연하게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리모델링(연한 15년)으로 돌아서면서 중장기적 멸실 물량 충격이 커질 가능성은 없나.

“리모델링은 전국적으로 20여개 단지밖에 하지 않고 있다. 수직·수평 증축 방식이 보편적인데 정작 시장이 원하는 건 내력벽을 해체하고 재설치하는 대수선 방식이다. 이게 아니라면 아파트 입면에 여러 가지 제한이 있어서다. 당초 정부가 올해 중 내력벽 철거 여부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기로 돼 있었지만 내년으로 미뤘다. 결국 리모델링에 대한 해답을 안 준 셈이다. 대수선이 도입될 경우 리모델링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지금 같은 수평·수직 증축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

1990년대 1기 신도시 등에 지어진 단지들이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될 경우 멸실 물량은 확 늘어날 수 있다. 2020년대엔 이 물량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처럼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무조건 뒤로 미루는 식에 그친다면 나중에 감당해야 할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엔 재작년과 작년 등록된 임대주택들이 세법상 10년 요건을 채우고 일거에 매물로 풀린다.

“주식시장에선 오버행(Overhang)이라고 표현한다. 언제든지 매도할 수 있는 잠재 물량이 쌓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10년을 채웠다고 반드시 매도할까. 10년 뒤에 해당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거나 리모델링을 한다면 계속 보유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매도인들은 임대등록으로 모든 절세효과를 이미 본 셈이어서 딱히 피해보는 것도 없다.

앞으로 집값의 변수는 이처럼 특정 시기에 몰릴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이다.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재료는 이미 시장엔 이미 다 반영됐다. 지금처럼 4가지로 분할된 주택집단이 다시 나뉘거나 합쳐질 때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의 부동산시장 전망은 제2회 한경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02)3277-9986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