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계 이른 주력 수출산업…'새판 짜기' 서둘러야

입력 2019-04-01 18:06
수출이 네 달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더 심각한 건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수요가 언제 살아날지, 또 지난해 전체 수출의 26.8%를 차지한 중국의 성장 둔화가 언제 끝날지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반도체 연간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달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오는 마당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증가율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으로 꼽혀온 수출 부진은 곧바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리는 최대 요인으로 떠올랐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이 2.4%로 수정 전망한 데도 예상보다 길어지는 수출 부진이 결정타가 됐다.

정부는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등 총력 지원체제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오는 9일 수출전략조정회의에서는 해외전시의 효율화, 전문 무역상사 활성화 등 수출 마케팅 강화방안도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수출 부진을 반전시킬 근본 처방이 될지 의문이다. 최근 수출 부진이 주력 수출산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측면의 경고 신호라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주력산업 수출 품목 외에 신산업 관련 품목의 수출 동향 등을 집계하기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10대 수출 품목에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등 10대 주력 수출품목은 2010년 10대 주력 수출품목과 똑같고 순위만 일부 달라졌을 뿐이다. 2000년 10대 주력 수출품목과 비교해도 의류, 영상기기가 탈락하고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자동차 부품이 새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8개 품목은 그대로다.

수출산업의 ‘생태계 정체’는 후발주자 추격에 그만큼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2000년대 이후 새로 들어서는 정권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외쳐왔지만 산업의 세대교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이 지금의 수출 부진을 낳고 있는 근본요인이다.

기업들이 뛰어들고 싶어하는 신산업은 그것이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모두 차세대 수출산업이다. 미국에서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PANDA(페이팔, 아마존, 엔비디아, 디즈니, 알파벳 구글) PULPS(핀터레스트, 우버, 리프트, 팔란티어, 슬랙) 등이 신산업을 주도하며 수출 외연을 넓혀가는 게 좋은 사례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산업은 수출은 둘째치고 시장 창출 자체를 가로막는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수출 산업 새판 짜기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