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교 "버닝썬 광수대 이첩됐다더니…" 물뽕 피해 수사 진척 없었던 까닭

입력 2019-04-01 10:17
수정 2019-04-01 10:19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폭행 사건 신고자 김상교(29)씨가 클럽 내 물뽕(GHB) 피해자 가족과 만났다면서 경찰 유착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27일 SBS에 보도된 물뽕 피해자 아버님을 뵙고 왔다"며 "지난해 12월 24일 이 피해 여성분의 조서를 꾸미고 사건을 숨기던 경찰과 제 담당 강남경찰서 조사관과 같은 인물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버닝썬 사건은 광수대로 이첩됐다더니 물뽕 피해 여성들에 대한 수사는 왜 아직 강남경찰서가 조용히 쥐고 수사에는 진척이 없는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운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SBS는 버닝썬에서 샴페인 한 잔에 기억을 잃은 뒤 눈을 떠보니 폭행 가해자가 돼 있던 여성의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버닝썬에 놀러 갔던 여성 A씨는 클럽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중국인 남성에게서 샴페인 한 잔을 받았고 몇 모금 마신 뒤 기억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강남 경찰서였고, A씨는 클럽 MD를 폭행했다며 현행범으로 체포된 상태였다.

A씨는 "제 주량이 한 병 반에서 두 병인데 뭔가 이상했다"면서 "CCTV에 제가 사람을 밀치고 이런 영상이 있다더라. 계속 피해자(클럽MD)한테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이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성폭력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너무 당황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딸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소식에 A씨 아버지도 경찰서로 달려와 정황을 물었지만, 경찰은 "버닝썬은 그런 곳이 아니다"”라는 말만 했다.

이에 A씨는 평소 주량보다 훨씬 적게 마셨는데 기억을 잃은 것이 이상하다며 마약검사를 요구했다. A씨는 "자기들끼리 계속 ‘이상하다, 애매하다’라면서 한 형사가 달려와 ‘아니다, 아니다’ 이러면서 탁 뺏어서 쓰레기통에 (테스트 결과)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SBS가 당시 수사기록을 확보해 증거목록을 확인한 결과, 마약 검사를 했다면 기록을 남기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지만 마약 검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수사 보고에는 ‘폭행이 발생한 클럽 내부 CCTV를 요구했지만, 자료가 삭제됐다는 답을 받았다’라고만 기록돼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증거가 명백한 폭행 가해자라는 말에 더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벌금 100만 원을 물었지만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며 당시 강남서 담당 경찰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11월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지만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았다며 폭로해 '버닝썬 게이트' 판도라의 상자를 연 주인공이다.

김씨는 당시 경찰에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오히려 클럽 내 성추행 혐의를 쓰게 됐다.

한 여성이 김씨에게 클럽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

하지만 알고보니 그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신고한 중국여성은 실제로는 버닝썬의 마약운반책이었다.

클럽 내에서 물뽕이나 마약이 성행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안그래도 수십 억원을 버는 클럽이 설마 마약 유통을 하겠나?"라고 말하는 경찰에게서는 전혀 철저한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없었다.

최초 제보자였던 김씨는 클럽 직원과 경찰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이에 조사를 받으러 출두해서 심경을 밝혔다.



"저는 폭행 피해자였고 국가 공공기관의 보호를 받기 위해 112에 신고를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 씨 어머니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경찰은 버닝썬 연행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직원들과 20분간 실랑이를 하고 경찰에게 욕설도 수차례 했다고 체포서에 작성됐는데, 실제로는 실랑이는 2분, 욕설은 한 차례였다.

강남경찰서에 대한 '불신'하는 국민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경찰 측은 해당 조사를 광수대로 이관시켜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초기에는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했는데 사안의 중대성과 확실한 수사 진행을 위해 주체를 경찰청으로 이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강남 버닝썬·아레나 클럽 폭력사건, 마약류 등 마약범죄, 경찰 유착 의혹, 성접대 의혹, 불법 동영상 촬영·유포 등 전반적으로 수사를 확대해 모든 범죄와 불법 유착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확실하게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역량 투입해 범죄를 조장하는 반사회적 풍토 뿌리를 뽑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천명에도 불구하고 버닝썬 내 물뽕 사건 피해자에 대한 수사를 여전히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이 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선 "버닝썬의 불씨가 승리와 정준영에게 옮겨 붙은 사이, ‘비리 경찰’에 대한 수사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