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정한 일"
"후보자가 밝히지 않아 몰랐다"
"어설픈 대응이 되레 화 키워"
[ 장창민/박상용 기자 ]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다.”
‘재개발 지역 고가 건물 매입 논란’으로 지난 29일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내놓은 ‘사퇴의 변’ 중 일부다. 이 같은 ‘변명’은 더 큰 공분을 샀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선 끝까지 외면했다는 비판도 자초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마저 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자 윤 수석이 내놓은 설명은 국민을 더 아연실색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 부실학회 참석은 본인(조 후보자)이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 “두 후보자 모두 검증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다만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는 등 ‘어이없는’ 해명을 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기업 경영 ‘평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면 ‘빵점’에 가까운 대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기업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대표가 진심으로 공개 해명·사과하며 △사태 수습 방안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동시에 △피해자에게 공정한 배상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빗대 보면 청와대는 이번 인사 난맥상에 대해 빨리 인정하지도,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책임질지, 앞으로 어떤 인사 기준을 적용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어설픈 사과’가 되레 독(毒)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김 전 대변인과 윤 수석의 변명이 국민의 속을 더 끓게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과에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진정성, 재발방지 대책 등이 담겨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청와대의 설명은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경우 잘못된 사과는 더 큰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리스크 관리와 어설픈 사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기업의 사례는 꽤 있다. 2016년 미스터피자의 갑질 논란이 벌어졌을 때 정우현 전 회장은 형식적인 사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도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논란이 불거진 뒤 경영진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거짓말 의혹 등으로 회사가 휘청일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위기를 잘 넘긴 기업도 있다. 전문가들은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코오롱그룹 운영) 체육관 붕괴 사고를 대표 사례로 든다. 당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 곧바로 현장에 내려가 수습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까지 출연했다. 오너 기업인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나서 자칫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었던 위기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창민/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