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회계부정·부실감사 제재도 강화
[ 하수정 기자 ] 비적정(의견거절·부적정·한정) 감사의견을 받는 기업들은 매년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고 회계부정과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는 등 외부감사를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회계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회계감사와 관련한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취지가 외부감사인이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의견을 냄으로써 부실감사를 줄이고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과거 관행을 유지한다면 비적정 의견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외감법의 핵심은 내년부터 시행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그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 선임하면 ‘갑을관계’가 형성돼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도입됐다. 내년부터 매년 220여 개 회사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초 630개사가 검토됐지만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자산 규모가 큰 곳부터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적용 기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부실감사 징계수위가 대폭 강화된 것도 외부감사가 깐깐해져 비적정 의견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신외감법에선 부실 감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한도가 폐지되고, 현행 5~7년인 징역 기간은 ‘10년 이하’로 늘어났다. 과징금 부과와 손해배상 시효도 현행 각각 5년과 3년에서 최대 8년으로 연장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회계사가 징계를 받기 때문에 기존 관행대로 하려는 기업과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여전히 회계처리에 대한 증빙서류를 잘 갖추지 않은 기업이 많아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비적정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범위 제한이란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내기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을 때 제시하는 의견이다. 최근 5년(2013~2017년)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 총 79곳 중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이 30곳으로 절반(50.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