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는 조폭이나 하는 짓"…보수정권 공격했던 프레임에 '발목'

입력 2019-03-31 17:32
부메랑 된 문재인 정부 '이중잣대'

역대 낙마자 37% '부동산 투기'


[ 박재원 기자 ]
“이재훈 후보자가 땅 한 평, 집 한 채가 없어서 고통받는 서민을 정말 생각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2010년 8월 20일. 이명박 정부 세 번째 개각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내정된 이재훈 후보자를 향해 당시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쏘아붙이며 한 말이다. 당시 이 후보자는 서울 창신동 뉴타운개발 예정지에 75㎡짜리 건물 중 25㎡를 2억4000여만원에 매입한 것이 문제가 돼 20여 일 만에 결국 낙마했다. 야당이던 민주당이 ‘쪽방촌 투기’라며 여론을 자극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이 “투기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집사람이 아마 친구들하고 같이 노후 대비용으로 그렇게 한 걸로 안다. 경위야 어찌 됐든 집사람이 한 것이지만 제 부덕의 소치”라고 거듭 사과했으나 돌아선 여론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사례는 공교롭게 ‘흑석동 재개발 지역 고가 건물 매입’ 논란으로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사례와 오버랩된다. 재개발 지역 투자나, 노후를 대비해 부인이 주도해 투자한 것 등이 그렇다. 물론 김 전 대변인은 이 후보자보다 훨씬 더 거액을 들여 재개발 지역 상가 건물주가 됐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아 자진 사퇴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당시 낙마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야당 공격에 난타당했다. 최문순 당시 민주당 의원(현 강원지사)은 신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국민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건 전부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질타했다.

2013년 1월 30일.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지명자였던 김용준 후보자도 비슷한 상황에 몰려 하차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 서초동에 40년 가까이 보유한 부동산으로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이유로 투기 의혹을 받았다. 당시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이를 두고 “일반인의 가치 기준에 따라 사익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김 후보자를 쏘아붙였다.

이렇게 야당 시절 ‘부동산은 곧 투기’라며 당시 정부를 공격했던 프레임이 지금 와서는 고스란히 자충수가 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작년 말까지 장관 후보자 33명 가운데 5명이 낙마했다. 이번에 하차한 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정호(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하면 낙마율은 20%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8.85%, 박근혜 정부 9.18%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낙마 사유로는 ‘부동산 투기’(37.2%)가 가장 많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