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헬스케어·풍력발전…바다 활용한 해양생태도시로 탈바꿈

입력 2019-03-29 18:01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국내 유일 해안국립공원 품은' 충남 태안


[ 임호범 기자 ] 충남 태안군(泰安郡)은 한반도 중부 서해안에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부족을 이뤄 살던 태안은 일제 강점기였던 1914년 서산군에 병합됐다가 1989년 1월 1일 법률 제4050호에 따라 태안군으로 복군됐다. 서해로 길게 돌출된 반도를 이루고 있는 태안군은 해상교통이 발달했던 과거에 서산, 당진과 함께 충청도에서 서울로 가는 관문 역할을 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삶을 영위하던 태안군에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닥쳤다.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6분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불행이 시작됐다. 삼성1호 부선과 허베이스피리트(HS)호 유조선이 충돌하면서 원유(기름) 1만900t이 태안 앞바다를 덮쳤다. 기름 유출 총 피해면적 8000㏊ 중 절반이 넘는 4627㏊는 태안군 몫이었다. 123만 명의 국민이 태안을 찾아 자원봉사를 해 현재는 청정바다를 되찾았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올해부터 바다를 자원삼아 광개토 대사업, 해양헬스케어,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한다”며 “태안을 서해안권 명품 해양생태도시로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안국립공원 해안선만 559.3㎞

태안군은 동쪽을 제외하고는 3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해안선 길이 559.3㎞)이 있는 지역이다.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예부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역사문화여행, 바다여행, 생태·체험여행, 해안탐방로여행, 농어촌 체험여행 등 다양한 테마여행을 즐길 수 있다. 태안 세계 튤립축제,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국제 모래조각 페스티벌 등 해마다 22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계절별 먹거리도 풍부하다. 봄에는 바지락, 주꾸미, 실치회, 꽃게, 갑오징어가 유명하다. 여름에는 박속밀국낙지탕, 해삼 회무침, 오징어, 붕장어 통구이를 먹을 수 있다. 가을에는 대하와 전어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겨울에는 물텀뱅이탕, 간자미 회무침, 우럭젓국, 생굴, 게국지 등이 전국의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한때 관광객 유치에 고비도 있었다.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이듬해인 2008년 태안 관광객 수는 485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 추세로 전환된 뒤 2016~2018년 연속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서해안 관광휴양도시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해양자원 활용 해양도시 꿈꾼다

태안군은 다시 찾는 관광객을 발판으로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해양헬스케어 복합단지 조성이다. 태안군 남면 달산리 9만2367㎡에 34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호흡기, 피부(아토피), 스포츠재활 시설을 갖춘 단지를 마련한다. 태안의 천혜자원인 소금과 피트(석탄의 일종), 염지하수, 해송, 모래, 해변길 등을 활용해 국민 건강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구상이다.

해상풍력발전사업도 추진한다. 소원면 만리포 전면해상(만리포 25㎞ 전방)에 사업면적 78.5㎢ 규모로 총사업비 2조원을 들여 400㎿ 설비용량의 발전기 72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예상 발전량은 연간 98만1120㎿h다. 4만2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군은 지난해 한국서부발전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3년간의 사전절차 이행 기간을 보내고 있다.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 등을 수시로 열고 군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태안관광레저형 기업도시도 윤곽을 보이고 있다. 시행사인 현대도시개발은 태안읍과 남면 천수만 B지구 1546만㎡에 2025년까지 9조8907억원을 투입해 기업도시를 건설 중이다. 이곳에는 이미 들어선 골프장을 비롯 청소년문화·체육시설, 테마파크, 첨단복합단지, 상업·업무시설, 국제비즈니스단지, 주거용지, 아카데미타운 등이 들어선다. 내년에는 5만5854㎡ 부지에 174가구의 생태마을을, 2021년에는 상업·업무지구(10층 호텔)를 각각 준공한다. 200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도 2021년 준공 목표다. 기업도시 전체 부지조성 공정률은 46.7%다.

30여 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충청남도는 1992년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원 2.942㎢에 테마파크, 호텔, 콘도, 골프장 등을 갖춘 관광지 개발계획을 세우고 사업자를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5년부터 4개 지구로 분리 개발 방식으로 바꿔 두 군데는 투자가 진행 중이다.

교통 인프라 확충 ‘광개토 대사업’ 착수

태안군은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단점이 있다. 관광객이 태안을 오려면 인근 서산이나 당진을 빙 둘러와야 한다. 군은 올해부터 ‘광개토 대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 사업은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광개토대왕처럼 물리적으로 영토를 넓힐 수는 없지만 전국 교통 인프라에 태안군을 포함하게 하는 사업이다. 가로림만으로 단절돼 있는 태안군 이원면과 서산시 대산읍을 연륙교로 연결하고 서해안고속도로의 접근성 향상, 동서고속철도의 태안 연장 등을 통해 태안군 무대를 전국으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태안군은 최근 정부와 충청남도에 △국도38호(태안 이원~서산 대산) 노선 연장 지정(사업비 2000억원) △태안군 안면~고남(77호) 4차선 확장(2201억원) △태안군 두야~신진도(국지도 96호) 4차로 확장(1477억원) △태안~당진 고속도로 신설(1조4000억원)을 요청했다.

가 군수는 “태안군은 충남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없는 군”이라며 “광개토 대사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태안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역 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