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 이우상 기자 ]
“평창 패딩 빌린 거라고 했는데, 누가 빌려준 겁니까?”(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참 이상한 청문회였다. 중소기업계들은 경쟁력 하락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라면 업계가 처한 상황을 해결할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마땅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 보이콧 선언 때까지 의원들이 던진 질문들은 중소기업계 현안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성 의원은 질의 시간 중 상당 부분을 ‘평창 패딩’에 대해 물었다. 박 후보자가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빌려 입은 패딩 점퍼를 문제 삼았다. 박 후보자는 다른 의원에게 빌린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은 “660벌 한정 생산된 귀한 제품이어서 ‘갑질’을 통해 입수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박 후보자가 답하지 않자 “국민이 묻는 것”이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박 후보자 태도도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과거 ‘자료 없이 청문회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던 박 후보자는 정작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가족 동반 해외 골프 여행이 도마에 오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치사찰 의혹을 꺼내들며 맞불을 놨다. 야당 대표를 공격하는 듯한 답변을 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의도적이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중기부의 올해 예산은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혁신 성장과 고용 창출을 이끌 ‘제2 벤처 붐’을 추진하는 주무 부처다. 생존의 존폐로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장관이 된 뒤 이 같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질문할 아까운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박 후보자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에 이은 여당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다.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여당 출신 홍 장관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신 정부 목소리만 대변했다는 데 불만이 적지 않다. 박 후보자가 정부와 중소기업 간 시각차를 얼마나 좁히고 중소기업인이 기댈 언덕이 될지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같은 궁금증을 해결한 중소기업인은 없었다.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