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중 무역협상 앞두고 이어지는 불길한 시그널

입력 2019-03-28 07:35
수정 2019-03-28 07:44

미국의 국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는 채권시장을 쳐다보며 며칠 째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2.35%까지 급락했고, 3개월물과 10년물간의 금리 역전은 지속됐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금리 인상 계획을 더 미룰 수 있다고 말하면서 독일 국채 금리가 전날 -0.018%에서 –0.082%로 추가 하락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Fed) 이사로 지명할 예정인 스티븐 무어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당장 금리를 50bp 내려야한다"고 주장한 영향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침체 사인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침체 신호든 아니든, 증시는 경기에 있어선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S&P500 지수는 계속 2800선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시장이 기댈 곳은 미중 무역협상 밖에 없습니다.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다시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는 겁니다. 28일 양국은 베이징에서 고위급 협상을 재개합니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길한 신호도 계속 감지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한 전문가는 "지난주부터 양국에서 모두 물러서지 않을 수 있는 여러 시그널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①후춘화의 실각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 시진핑(習近平) 이후 차기 지도자로 유력했던 후춘화(胡春華)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주 갑자기 실각했습니다. 지난해 6월 수해 및 가뭄 책임자로 임명된 지 9개월 만입니다.

'리틀 후진타오'로 불려온 후춘화는 시 주석의 견제를 받아온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선두주자입니다. 시 주석은 후진타오 시절 공산당을 좌지우지한 공청단에 대해 부정부패 조사, 중앙조직 축소, 주요 간부 퇴출 등으로 세력을 약화시켰지만 전면 저항을 꺼려해 완전 퇴출시키진 않았습니다.

후춘화가 갑작스레 실각하면서 권력기반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게된 시 주석이 이제 공청단까지 날릴 수 있게 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월가에선 이런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실제 시 주석은 이번 주 유럽 방문에서 보잉기 대신 유럽산 에어버스 300대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보잉기 등 미국산 제품을 2~3배 더 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보란 듯이 뿌리친 겁니다.

②뮬러 특검에서 벗어난 트럼프


26일자 '월스트리트나우'에서 썼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에서 벗어나 이제 거칠 것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시급히 경제적 업적을 만들어야할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겁니다. 급하게 미중 협상 타결이 필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③개선되기 시작한 미국의 무역수지

미 상무부는 이날 1월 무역수지를 발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1월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14.6% 감소한 511억달러를 기록한 겁니다. 이는 예상치 570억달러보다 훨씬 좋은 호성적입니다. 특히 1월 대중국 무역적자도 약 332억 달러로 전월보다 14%나 감소했습니다. 1월 수입은 전월 대비 2.6% 감소하고, 수출은 0.9% 증가한 덕분입니다.

이런 무역적자 감소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은 올 1월1일 예고됐던 대중 관세율 인상(10%→25%)를 앞두고 수입을 대거 늘렸습니다. 지난해 11월말 양국간 휴전이 이뤄져 관세 인상은 연기됐지만, 주문했던 물건들은 어쨌든 12월까지 대부분 들어왔고 이는 늘어난 재고로 확인됐습니다.

1월부터는 수입이 평소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미국 경기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수입 수요도 감소하고 있을 겁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보호주의 무역정책에도 무역적자가 늘어난다고 비난받았는데, 이제 여유가 생긴 겁니다. 이는 협상력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④갑작스런 구글과의 미팅은 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순다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정치적 공정성과 구글이 우리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일에 대해 논의했다"고 트윗을 올렸습니다. 예정에 없던 만남입니다.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구글의 중국 시장 진입을 관철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추정합니다.

구글은 검열 등을 이유로 2010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지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 없는 구글의 시장 진입’을 요구할 경우 통제와 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시 주석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