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국회 통과 앞둔 첨단재생의료법
국민 생명 위협하는 질환의
신약후보 물질은 신속처리 대상
세포치료제 임상 범위도 확대
[ 양병훈 기자 ] 첨단재생의료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재생의료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도) 적용을 받기가 쉬워져 신약 개발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시장 출시도 빨라질 수 있어서다.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안이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간 이견 조정을 거친 만큼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은 시민단체 반대 등으로 3년째 표류해왔다.
◆ “첨단의약품 인허가 기간 최대 4.5년 단축”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첨단바이오의약품 패스트트랙 도입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신속처리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 선정되면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 등의 혜택을 받는다.
맞춤형 심사는 정부가 개발자의 일정에 맞춰 허가 제도를 최대한 유연하게 운영해주는 내용이다. 여러개의 인허가 규정을 동시에 적용 받는 융복합 치료제의 경우 정부가 컨설팅에 버금갈 정도로 전체 과정을 관리해준다. 관련 자료 제출 기한도 개발자의 일정에 맞게 최대한 편의를 봐준다.
우선 심사는 다른 의약품에 우선해 인허가 심사를 진행해준다는 내용이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을 2상까지만 마친 의약품일지라도 그동안의 경과가 좋으면 우선 출시를 허용해주는 제도다. 물론 추후 3상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우선 심사와 조건부 허가 제도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 약사법 등에 근거 규정이 흩어져 있고 법률이 아닌 고시 수준이어서 담당 공무원이 제도를 활용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첨단재생의료법을 제정해 근거 규정을 통합하고 수준도 고시에서 법률로 올리면 제도 활용이 훨씬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법률로 근거규정을 두고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중이다.
송병철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은 “신약 개발에는 보통 12∼15년이 걸리지만 신속처리 프로그램 적용시 최대 3.5~4.5년 단축이 가능하다”며 “법이 제정되면 개발 과정의 불확실성 및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환자에게 치료제를 조기에 공급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전 승인 받으면 ‘고위험 연구’도 가능
이 법안은 임상연구 근거규정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았다. 기존에도 학술적 목적의 ‘연구자 주도 임상’이 가능했지만 세포치료제만 가능했다. 이 경우에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위적 편집을 한 세포를 활용하는 ‘중·고위험 연구’는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중대질환 환자 등은 관련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는 사례도 많았다.
반면 이 법안은 질병관리본부가 구성한 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재생의료 전분야에서 중·고위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세포치료 뿐만 아니라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도 가능하다. 다만 고위험 연구는 추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야 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비전게인 등에 따르면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은 2018년 273억달러에서 2028년 2142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시아 시장은 2018년 33억달러에서 2028년 473억달러로 성장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아시아(29.8%)가 글로벌(22.7%)보다 크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재생의료는 그동안 법적으로 실체가 모호했는데 이 법 제정으로 산업 발전은 물론 환자 편익이 커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재생의료는 아직 의학적 안전성과 적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재정은 악영향을 받고 기업은 이를 이용해 이윤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