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늘어난 분양시장
청약 열기 달아오르나
[ 윤아영 기자 ]
아파트 분양시장에 봄 성수기가 시작됐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서며 올 2분기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대구, 부산 등 전국적으로 10만여 가구의 분양이 쏟아질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1~2월 수도권에서 진행된 청약 결과가 일부 부진한 모습을 보여 봄 분양시장도 지역별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강북 알짜 ‘청량리 3총사’ 분양 개시
당장 이번주 전국에서는 15곳에서 모델하우스가 개관한다. 올해 서울 강북권 분양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동대문구 청량리 역세권 일대 3개 재개발 단지도 본격적으로 분양에 돌입한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진 새 아파트 분양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다. 첫 주자는 효성중공업의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다. 29일 분양홍보관을 열고 아파트 220가구, 오피스텔 34실을 분양한다. 이어 한양의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가 분양에 나선다. 한양은 다음달 5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모델하우스를 연다. 롯데건설도 다음달 동대문구 청량리 4구역(전농동 620의 47)에 롯데캐슬 SKY-L65를 선보인다.
2분기에는 전국적으로 154개 단지, 10만여 가구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에는 전국 총 154곳 13만9306가구(오피스텔 제외, 임대 포함)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공급 물량은 9만9186가구다. 이는 올 1분기 일반공급 물량(3월 예정 포함) 5만6414가구 대비 4만2772가구 늘어난 수치다. 또한 지난해 2분기 분양실적(4만4861가구)과 비교해도 5만4325가구 증가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올해는 지난해 청약제도 개편과 주택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연기 등으로 인한 물량 및 분양 시기가 미뤄지던 지방에서 분양이 재개되며 작년 대비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시·도별로 물량을 살펴보면 경기 48곳 3만5803가구, 부산 11곳 1만554가구, 대구 14곳 9310가구, 서울 26곳 8781가구, 인천 11곳 8323가구, 세종 5곳 4039가구, 대전 4곳 3792가구 등의 순이다.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에서는 다산신도시, 검단신도시 등 신도시와 시흥 장현지구, 인천 루원시티 등 도시개발구역에서 분양 물량이 나올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삼성동 ‘상아 2차’, 서초동 ‘서초 그랑자이(무지개 재건축)’,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대우)’ 등 강남 재건축·재개발 단지 위주로 공급 물량이 예정돼 있다. 지방은 세종, 대구, 부산, 광주 등에서 대형 건설사가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위주로 분양할 계획이다.
지역별 ‘온도차’ 보이는 분양시장
지난해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수도권 청약 분위기는 올 들어 차분해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 1~2월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전국 12.2 대 1, 수도권 2.8 대 1, 지방 23.4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19 대 1까지 청약 경쟁률이 올라갔던 수도권은 올 들어 급락했다. 분기별로 보면 수도권은 2015년 이후 최저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분양시장이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이 돌아가면서 청약 가수요가 감소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분양가구 중 청약 접수가 미달된 가구를 의미하는 1순위 청약 미달률도 수도권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났다. 2019년 1~2월 1순위 청약 미달률은 전국 16.9%, 수도권 21.4%, 지방 11.5%로 조사됐다. 지방은 분기별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수도권은 지난해 4분기 11.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은 청약시장 당첨 가점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이 인기를 끈 작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도 최저 당첨 가점이 36점이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최저 당첨 가점이 60점을 넘었다. 작년 12월 평균 91.6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은평구 ‘DMC SK뷰’는 최저 당첨 가점이 55점이었고 청약 만점(84점) 당첨자까지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청약시장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양가격이 9억원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수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수요자 부담을 높였다. 반면 지방은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오른 대구·광주 등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오히려 과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규제가 강하지 않아 단기 투자 목적의 수요자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틈새시장 ‘잔여 가구’ 노려볼 만
지난해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청약 부적격자가 속출해 잔여 가구가 늘자 이를 노리는 수요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분양한 ‘남산 자이 하늘채’ 아파트의 잔여 가구 44가구 모집에는 2만6649명이 몰려 경쟁률이 605.6 대 1에 달했다. 1순위 청약 경쟁률(84.3 대 1)보다 7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달 진행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의 잔여 가구 추첨에도 60가구 모집에 3000여 명이 몰렸다.
잔여 가구는 공급자(분양 주체)가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입주자를 모집한 후 미계약·부적격을 이유로 남은 물량에 대해 분양 신청을 받는 것이다. 인기 단지라도 부적격 당첨으로 당첨이 취소되거나 대출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하는 등의 이유로 미계약분이 발생한다. 잔여 가구는 청약통장이나 가점 등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 조건을 갖추면 신청할 수 있다. 청약 재당첨 제한도 없으며 가구주 및 거주지역 기준도 유연한 편이다.
부적격 당첨자 등 이미 당첨이 됐다가 취소된 미계약분을 제외하고, 순위 내 청약 미달로 남은 미분양 가구에 대해서는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기존 청약으로는 새 아파트에 당첨되기 어렵다 보니 잔여 가구 청약과 같은 틈새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다만 자금 여력이 되는지와 입지, 분양가 등을 따져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올 3월부터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나 청약과열지구에서는 부적격·미계약분 공급 방식이 바뀌어 주의해야 한다. 기존에는 모델하우스에서 현장 추첨을 하거나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지만 3월 이후에는 부적격·미계약에 따른 잔여 물량이 20가구 이상일 경우에는 청약시스템인 ‘아파트투유’를 통해 사전 신청해야 추첨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