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임상적 근거 부족"
수소 함량도 극소수 불과
[ 전예진 기자 ] 활성산소 제거, 아토피 치료 등에 효능이 있다며 고가로 판매되는 ‘수소수’가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소수 관련 허위·과대광고를 한 제품 13개와 24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준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항산화나 질병 치료 효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수는 먹는 물에 식품첨가물인 수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해 제조한 음료로,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아니다. 수소수는 500mL짜리 20개 묶음이 3만~5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식약처는 수소수 광고에서 강조하는 항산화, 아토피·천식 등 질병 치료 효과를 검증한 결과, 임상적·학술적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마시는 수소수 관련 논문 25편을 검토했다”며 “수소수를 마시고 각종 질병 예방·치료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해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인원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도 “수소수가 아토피나 천식에 도움이 된다는 어떤 학술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수소수에 함유된 수소량이 표시보다 최대 90% 적은 경우도 있었다. 수소수는 평균적으로 먹는 물 99.99%에 수소 0.00015%를 첨가해 제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허위·과대 광고 중에는 유해활성산소 제거, 미세먼지·노폐물 제거 등 검증되지 않은 효능·효과를 표방한 경우가 291건(84%)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광고는 38건(11%), 알레르기 아토피 개선 등 질병 예방 및 치료 효능·효과를 표방한 사례는 18건(5%)이었다.
적발된 제품 중 수소샘은 미세먼지 축적 억제, 나노버블 수소수는 노폐물 흡착 등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광고해 적발됐다. 퓨수소수는 알레르기 및 아토피 피부개선 효과, 나노차가버섯수소수는 암과 성인병, 이즈미오는 면역력 강화, 제주수소다는 항산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과대 광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검증은 수소수 허위·과대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했다”며 “거짓 광고에 현혹돼 비싼 가격에 수소수를 구입하는 일이 없도록 소비자가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