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 매체 구독에 9.99달러...'애플 뉴스 플러스' 앱에서 읽어야 할 네 가지

입력 2019-03-27 10:54
수정 2019-03-28 09:06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애플은 25일 300개가 넘는 신문과 매거진을 구독할 수 있는 앱인 '애플 뉴스 플러스(Apple News Plus)'를 공개했다. 이날 애플 TV 플러스 기조 연설 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이 앱을 통해 고품질 디지털 잡지와 프리미엄 신문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그(Bogue),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스콰이어 같은 매거진과 로스앤젤레스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종이신문 그리고 테크커런치, 복스 등 디지털 미디어들이 참여했다.

미국, 캐나다에서 공개된 애플 뉴스 플러스 앱의 월 구독료는 9.99달러다. 최대 6명까지 아이디를 공유(Family Sharing)할 수 있다. 첫 달은 무료로 제공하며 구독을 취소할 경우 바로 종료하는 등 요금제의 탄력성을 높였다. 또 애플과 언론사는 구독 수익을 5:5로 배분한다. 이용자가 특정 매체에 머무른 시간 등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뉴스룸' 페이지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 최적화된 레이아웃과 애니메이션 커버, 탁월한 사진과 대담한 타이포그래피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내부 편집자들의 큐레이션으로 이용자 친화적인 맞춤 정보를 전달한다. 편집자인 로렌 커른(Lauren Kern)은 "많은 이용자가 좋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앱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스 미디어 진영은 기대감을 피력했다. 유료 구독자 확충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로버트 톰슨 뉴스코퍼레이션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과의 협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 세계 이용자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체 채널에서 구독모델을 다져온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유력매체들은 이 앱에 참여하지 않았다. 애플은 영국, 호주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나 뉴스 유료화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디어 전문가들은 애플의 '구독 플랫폼'이 국내에 당장 열리더라도 일부 매거진 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수 전통매체는 뉴스 유료화 준비가 부실한 형편이고 포털 주도의 생태계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뉴스 유료화 즉, 구독모델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고품질의 콘텐츠-독보적인 뉴스가 필요하다. 전통매체는 매일 발생뉴스를 처리하고 출입처 뉴스를 일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설령 많은 미디어를 결합하고 구독요금을 대폭 내리더라도 이용자가 돈을 지불할만한 콘텐츠가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적어도 이용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통찰과 관심사를 채워주는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생산하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모바일 레이아웃에 최적화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스토리를 풀어내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뒷받침해야 한다. 단순한 사실관계를 다루거나 일방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뉴스를 넘어 풍부한 맥락정보를 제시하고 이용자 참여를 보장하는 등 독창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콘텐츠 혁신과는 별도로 뉴스 유통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상당수 뉴스 미디어는 포털사이트에 제공하는 기사 전재료 더 나아가 포털에서 뉴스가 검색됨으로써 얻는 브랜드 영향력에 집착하고 있다. 아직 '탈포털'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 물론 '포털의 매력도'는 예전만 못하다. 이미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에서 이용자의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성규 메디아티 랩장은 "전통매체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지배하고 있어 구독모델을 핵심 수익모델로 삼기 어렵다"며 "성장하는 디지털 미디어나 전문 매거진 만큼은 뉴스 유료화에 전력 투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랩장은 그러나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포기하면서 애플, 포털 등 외부 플랫폼에 구독모델을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데이터를 쌓으며 언론사 자체 플랫폼을 키우라는 주문이다.

셋째, 언론 신뢰가 필요하다. 좋은 콘텐츠 생산과 유통 전략이 도달하는 궁극적 방향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조직 혁신은 콘텐츠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저널리즘의 원칙 수렴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전문가로서 그리고 '참기자'로서의 명성을 쌓아올려야 한다. 애플의 뉴스 플러스 앱에 참여하는 매체의 공통점도 저널리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들이다 .

<한국의 언론 신뢰도:진단과 처방>을 펴낸 김위근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뉴스 유료화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구독모델은 뉴스 나아가 해당 뉴스를 생산한 뉴스 미디어 브랜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매체와 콘텐츠 경쟁력의 기본은 신뢰라는 의미다. 우선 뉴스의 신뢰를 높이는 뉴스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주 그리고 정직하게 이뤄져야 한다.

넷째, '콘텐츠-유통-신뢰'의 혁신 삼각대를 만들려면 '디지털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보 독점 구조가 해체된 뒤 '스몰 브랜드'가 뜨고 '디지털 광고 방식'이 우선하는 시장에선 고객 접점을 직접 발굴하는 것(DTC, Direct to Customer)만이 유효하다. 구독모델을 제대로 다루려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등 뉴스의 형식과 내용 등 전반적인 생산과정을 바꿔놓는 것으로 끝나선 안되고 '독자 퍼스트(Custmomer First)'가 매체 전략의 뼈대가 돼야 한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육성해온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디지털 리더십은 시장 변화 이해도, 고객 니즈 이해도, 데이터(또는 기술) 이해도에서 좌우된다"면서 "현재의 전통매체 조직문화에선 디지털 리더십의 성장은 어렵다. 완전히 새로운(독립적인) 환경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애플의 뉴스 플러스 앱은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해외 뉴스 미디어가 없다면 진화는 어려울 것이다. 뉴스 미디어에게 혁신은 독자의 바람과 기대를 정확히 읽는 과정이다. 진정한 '구독모델'에 승부수를 띄우는 국내 언론사들은 나올 수 있을까? (끝) / soon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