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여기 찍어주면 조심하세요"…지방 집값 이상징후?
▶최진석 기자
이슈가 있으면 언제든 한다, 집중탐구! 통계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가을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드디어 집값이 잡혀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지방에선 또 하수상한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고 해서 취재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갭투자와 관련된 얘기인데요. 전 기자님, 최근에 이상한 신호가 보이는 지역들이 있다고요?
▷전형진 기자
네, 조직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곳들인데요. 대표적인 곳이 전남 광양입니다. 저희가 얼마 전 보도했는데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가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어요.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1000만원도 안 되는 단지가 많다 보니까 세를 안고 투자하는 분들이 몰렸고, 전체 거래량에서 외지인 비중이 60%를 넘습니다. 중개업소분들은 “내려오면 한 채만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최진석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이나 송파, 성남 분당, 대구 수성, 이런 곳들이 집값 상승률 최상위권 도시였는데 올해는 광양이라니 의외네요. 소위 말하는 스타강사들의 어떤 ‘찍어주기’ 같은 게 있었던 건가요?
▷전형진 기자
상당히 의심되긴 합니다. 특정 단지의 경우 강남3구 전체 거래량하고 맞먹거든요. 어디까지를 찍어주기로 볼 것이냐, 논란이 있겠지만 지역을 아주 국지적으로 소개하는 걸 넘어서 특정 아파트명까지 거론한다면 사실상 찍어주기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최진석 기자
다른 곳들은 이상한 조짐이 보이는 곳은 없나요?
▷전형진 기자
아직은 첩보 정도여서 구체적으로 확인 중인 부분인데 경남 거제와 창원에서도 슬슬 매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최진석 기자
거제와 창원은 지역 산업이 망가지면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 1~2위에 수년째 오르는 곳인데요?
▷전형진 기자
그렇죠. 그런데 거제와 창원에 그동안 지속됐던 새 아파트 공급이 내년과 내후년이면 거의 끝나거든요. 아마 지금 매집하시는 분들은 앞으로 자신의 강의 같은 데서 이런 수급을 근거로 이쪽 시장을 전망하겠죠. 미리 사뒀던 자기 물건을 이렇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진석 기자
그러니까 찍어주기라는 게 보통 오를 곳을 찍어주는 것도 맞지만 강사들이나 추천하는 사람들이 먼저 사뒀던 물건을 처분하는 데도 활용된다는 거죠?
▷전형진 기자
네. 찍어주기 자체를 경계하셔야 하는 게 그런 부분입니다. 찍어준 분은 그 시점에 이미 거기서 먹었을 확률이 높아요. 강의 듣는 분들을 더러 3진, 3번째 그룹이라고 표현하거든요. 1그룹이 강사를 포함해서 선제 진입하는 세력이고, 그들을 떠받들고 신격화시키는 2번째 그룹이 또 있어요. 누가 차익을 얼마나 더 보느냐를 떠나서 투자 순서는 대부분 이런 순서대로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진석 기자
일반인들은 3진인 거잖아요. 마치 ‘설거지’ 하는 느낌도 나네요.
▷전형진 기자
실제로 설거지라는 표현도 씁니다.
▶최진석 기자
무섭네요. 어쨌든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찍어주는 사람을 찾으러 다니는 거겠죠? 전에 광명시가 투기과열지구 지정되기 직전에 보면 버스 대절해서 재건축 물건 후다닥 쓸어가고 이런 일들도 있었잖아요.
▷전형진 기자
작년 ‘9·13 대책’ 나온 직후에 서울쪽이 꽁꽁 묶이니까 부평, 부천, 인천쪽에 기웃거리는 분들도 많았어요. 대표적인 곳은 고양 일산인데요. 2017년 ‘8·2 대책’ 때부터 주구장창 떨어지던 집값이 9·13 대책 직후부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특히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의 가격이 그 시점에 어떻게 급변했는지 그래프를 보시면 소름이 돋을 거예요. 이 아파트는 강남쪽에서 찍어주기로 집중 매수가 이뤄진 단지거든요. 당시에 취재를 하면서 현지 중개업소를 통해 확인했던 내용이라 단지 이름까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최진석 기자
도대체 얼마나 급등했던 거죠?
▷전형진 기자
히말라야 산맥 정도의 경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진석 기자
그러고 보니까 저도 얼마 전 취재했던 게 기억나는데 보증반환사고 최다 지역이 경기 고양시였거든요.
▷전형진 기자
네, 묻지마 갭투자를 하다가 물릴 수 있는 거죠.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집값 전망의 근거는 대부분 공급량입니다. 공급량과 가격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갖고 흘러가니까요. 강의하시는 분마다 이걸 인구수 대비, 혹은 면적별로 쪼개서 굉장히 디테일하고 그럴 듯하게 말씀하시곤 하는데요. 중요한 건 이 공급량이란 숫자들이 절대로 수요를 말해주진 않아요. 거제나 창원 같은, 우리가 남동벨트라고 부르는 지역들은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경제가 무너지고 인구도 순유출 중이거든요. 이곳들에 단순히 공급 줄어든다고 집값 오른다? 이렇게만 보긴 힘들겠죠.
▶최진석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장의 기능을 설명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 정도면 ‘보이는 손’, 조금 더 부정적으로 얘기하자면 시장교란 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자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고 법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투자를 하시는 분들도 찍어주기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의 분석력과 판단력을 키워서 조금 더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쪽으로 부동산 공부를 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지금까지 집코노미TV였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전형진 기자 촬영·편집 한성구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