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에 밀리는데 카스 가격 올리는 까닭

입력 2019-03-26 17:41
오비맥주, 내달 평균 5.3%↑
보리 등 원·부자재값 상승 반영
"매각위한 수익성 높이기" 관측도


[ 김재후 기자 ] 국내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을 올린다.

오비맥주는 다음달 4일 출고분부터 카스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 맥주 가격을 평균 5.3% 인상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인상률은 프리미어OB가 6.4%로 가장 높고, 카스프레시(5.3%) 카프리(5.0%) 카스레몬(5.0%) 카스레드(4.9%) 카스라이트(4.8%) 순이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카스 가격은 4.9% 오른다.

이에 따라 카스 병맥주(500mL) 출고가는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 오른다. 캔과 병, PET 등 모든 맥주가 인상 대상이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 외국 브랜드 맥주들은 이번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보리 가격이 1년 새 약 30% 오르는 등 원·부자재와 관리 비용 상승으로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은 2016년 11월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국내 1위 맥주업체인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가격을 올리면서 2·3위 업체들도 뒤따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가격 인상은 1위 업체가 먼저 단행하고 나머지 회사들이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이날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오비맥주의 이번 가격 인상을 두고 시장에선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 안팎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800억원대인 하이트진로보다 6배 이상 많다. 그런데도 오비맥주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 올해 마케팅 비용을 작년보다 줄였고, 다음달부터는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버드와이저를 시중에 본격 유통키로 했다. 광고도 카스 대신 버드와이저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100% 지분을 가진 AB인베브가 오비맥주의 수익성을 높여 매각 시 값을 더 받기 위해서라는 게 주류업계 시각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맥주 가격 인상은 매각과 관련이 없다”며 “카스 대신 버드와이저를 생산하고 광고하는 것도 시장에서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