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 진옥동호 출범…신한은행, 해외시장 '투트랙'으로 간다

입력 2019-03-26 15:29
수정 2019-03-26 16:02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이 이끄는 진옥동 호(號)가 26일 공식 출항했다. 은행권의 해외 진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에서만 18년을 근무한 '일본통' 진 행장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진 행장은 해외시장을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신흥국으로 나눠 '투트랙 전략'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 등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진 행장은 이날 오후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글로벌 시장을 투트랙 전략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발전 속도와 가치에 따라 금융 니즈가 팽창하고 있는 신흥국과 기축통화국인 미국·일본 등을 차별해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진 행장은 "한국은 10대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통화의 안정성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외국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진 행장은 과거 일본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전략을 구성했다. 일본 오사카 지점 근무 시절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통화 안정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진 행장은 알아주는 '일본통'으로 꼽힌다. 은행원 생활 38년 중 18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1997년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해 2009년 오사카지점장,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법인장 등 요직을 지냈다. SBJ은행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에는 부행장보를 거치지 않고 부행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진 행장은 "한국의 통화 변동 리스크, 지정학적 리스크 감안할 때 기축통화 지역에 하나의 똘똘한 채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진 행장은 "해외 점포 수로 해외 진출 성과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현지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형태, 규모, 오퍼레이션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신한은행의 요충지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베트남은 베트남 현지에서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지 은행들과 초격차를 벌릴 수 있도록 베트남에 더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과 함께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내비쳤다.

신한금융지주는 진 행장을 해외시장 개척의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순이익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진 행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해외시장 순이익은 3215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은행 전체 순이익(2조2790원)의 14%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진 행장의 투트랙 전략,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신한금융의 '2020 프로젝트' 달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진 행장은 "한정된 자원을 여기저기 뿌리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의미한 성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빠른 속도와 변화에 맞는 민첩성, 폭발적인 순발력을 통해 초일류의 글로벌·디지털 은행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