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위크' 시즌 겨냥 특수 잡기
매출 1조 규모 '아트바젤 홍콩'
29일 홍콩컨벤션센터서 개막
[ 김경갑 기자 ]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지난해 홍콩 경매에서 663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전체 낙찰총액(1280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랑과 경매회사, 작가들이 너도나도 ‘아시아 아트허브’ 홍콩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미술계가 이번주 홍콩 ‘아트위크’ 시즌을 겨냥한 특수 잡기에 나선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3월 29~31일)을 비롯해 아트센트럴(3월 27~31일), 하버아트페어(3월 29일~4월 1일) 등 대규모 미술장터가 잇달아 열려 세계의 시선이 홍콩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이들 행사에서 미술품 구입에 쓰는 돈만 1조원이 넘는다.
국내 화랑 100여 곳 ‘홍콩 출사표’
국내 화랑 100여 곳은 세계적 컬렉터들이 흥분할 만한 단색화는 물론 단색 계열의 추상화, 민중미술까지 작품 영역을 넓히며 홍콩 판촉전에 뛰어든다. 국제, 학고재, 아라리오, PKM, 리안, 원앤제이 등 화랑 6곳은 오는 2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는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해 가고시안, 하우저&워스, 화이트큐브, 리먼머핀 등 세계 유수 화랑들과 치열한 판매전을 벌일 예정이다.
국제는 한국추상미술 개척자 유영국을 집중 조명한다. 학고재는 백남준 윤석남 신학철 강요배 오세열 김현식 노순택 등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방침이다. 리안은 이건용 남춘모 김택상 윤희의 작품을 걸고, 아라리오는 엄태정 강형구 심문섭 변순철 권오상의 작품을 소개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아트바젤 홍콩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등 36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가해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3000여 점을 전시·판매한다. 작년 행사에는 관람객 8만 명이 다녀갔으며 미술품은 1조원 이상 팔렸다.
갤러리 현대를 비롯해 박영덕화랑, 갤러리 BK, 갤러리 이배 등 10여 곳은 홍콩 하버프런트에 마련된 3만3000㎡ 규모의 대형천막 아트페어 ‘아트센트럴’에 참가해 각양각색의 한국 미술품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청작화랑과 금산갤러리, 나인갤러리 등 중견·군소 화랑 16곳은 마르코폴로호텔 12층 60개 룸에 마련된 하버아트페어에 참가해 ‘미술 한류’에 불을 지핀다.
서울옥션 미술품 130억원대 경매
서울옥션도 홍콩크리스티, 소더비와 ‘경매 빅매치’를 벌이며 아시아 슈퍼리치 잡기에 나선다. 서울옥션은 29일 홍콩 센트럴 SA+전시장에서 국내외 대가 작품 49점(약 130억원)을 경매에 부친다.
미술투자자들의 ‘식욕’을 채워주기 위해 초현실주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 1953년작 ‘세이렌의 노래’(34억~45억원)와 클로드 모네의 1978년작 ‘라바크루의 센 강변’(34억~45억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일본 구사마 야요이의 2006년작 ‘무한망’은 시작가 18억원에 경매에 올린다. 한국 작품으로는 김환기가 1950년대 그린 ‘모란, 고목과 항아리’(5억~8억5000만원), 백남준의 ‘로봇 서커스-페인트’(2억3000만~4억원),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9억~12억원)를 전략상품으로 내걸었다.
이에 뒤질세라 소더비는 오는 31일 ‘모던아트’ 경매에 중국 근대미술 거장 자오우키의 추상화(86억~115억원)를 비롯해 장다첸의 산수화(72억~102억원),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72억~100억원) 등 초고가 작품을 쏟아낸다. 이밖에 홍콩 크리스티는 홍콩컨벤션센터에서 기획경매 ‘퍼스트 오픈(First Open·29일)’을 치르고 필립스는 5월 말 홍콩경매에 출품할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주요 작품의 프리뷰 행사(3월 26일~4월 13일)를 연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매년 3월 말 열리는 홍콩의 아트위크 결과는 국제 미술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며 “컬렉터들이 한국 미술품에 베팅하는 돈은 대략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