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이 25일 시작된다.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인 만큼 양측 모두 시작부터 한 치의 양보 없는 법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양 전 대법원장 등 이들 3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 진술, 향후 유무죄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라 피고인은 나올 의무가 없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한 공소사실은 각종 재판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모두 47건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옛 사법부 수뇌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 역점 사업에 청와대와 외교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같이 범행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주요 동기로 내세운 상고법원 도입은 "위법을 감수할 정도의 목표가 아니었다"며 그 배경부터 부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도 애초 본인이 심리한 사건이 아니어서 이후의 소송 경과나 이와 관련한 정부 측 반응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만났을 때도 짧은 환담을 했을 뿐 사건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도 법리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사법부에는 법관의 재판 독립을 해칠 '상하관계'가 없고, 재판에 대한 직무상 명령권도 없다는 것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이 본격 심리에 들어가기까진 적잖은 시일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20만쪽에 달하는 검찰 수사 기록을 변호인들이 얼마나 검토했는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사선 변호인단의 총사퇴를 겪으면서 기소 넉 달 만에야 정식 재판에 들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도 2∼3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진행한 뒤 이르면 4월 말에야 본 재판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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