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예견된 재해?…시민 외면한 실적 쌓기식 행태

입력 2019-03-24 15:25
수정 2019-03-24 16:59

포항지열발전소 연구단이 해외 학술지에 지열발전사업 경과 및 지진 발생 상황을 상세히 발표하고 유럽연합(EU) 연구팀의 새로운 물 주입기술을 처음 적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등에 따르면 2017년 8월 7∼14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진행된 물 주입(수리자극) 작업에 독일과 스위스에 사무소를 두고 EU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디스트레스(DESTRESS)라는 연구단체가 참여했다.

디스트레스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기 3개월 전 진행된 2017년 8월의 물 주입에 참여했다. 당시 활동은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에 자세히 소개됐으며, 이 논문에는 실제 지열발전 현장에서 수리자극 방식을 포항에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방식으로 물을 주입한 후 총 52건의 유발지진이 감지됐다. 이때의 물 주입이 포항지진에 영향을 줬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PX-2 지열정에서 이뤄진 물 주입이 포항 본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의 지진 유발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주관사 넥스지오는 물론, 연구에 참여한 지질자원연구원과 서울대 관계자들이 해외 학술지에 포항 지열발전소와 유발지진에 대한 논문들을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포항시민들은 그동안 지열발전 연구단이 지진위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 쌓기에만 치중한 관련자들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라효진 한경닷컴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