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국제협약으로 통제해야

입력 2019-03-23 00:05
"오염물질 추가 발생 억제에 주력
경제제재 같은 강제 수단도 필수"

목영만 < 건국대 초빙교수 >


2006년 봄 서울시는 중국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당시 서울 시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대기 오염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였다. 논란이 일면 국제적 공조를 통한 해결책 모색의 단초라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작용했다. 하지만 법률 검토 단계에서 중단했다.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는 원고 자격을 가질 수 없어서였다. 돌이켜보면 중국을 제소하고,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대기오염 물질은 기류를 타고 이동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기오염은 국지적이 아닌 지구적 문제가 되고, 국가 간 공동 노력이 중요해진다. 유럽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1970년대 시작됐다. 그 결과 1979년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환경장관 회의에서 ‘장거리 월경 대기오염조약(빈 조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은 1983년 발효돼 1995년까지 40개국 및 기관에 의해 비준됐다. 유황 배출량을 1993년까지 1980년 기준으로 30% 이상 줄이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1987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동시에 1989년부터 10년간 30% 삭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유럽에서는 현재 인근 국가로부터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에 관한 모니터링과 국가별 발생량 통제 장치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1970년대 이후 미국에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미국이 산성비 대책을 수립토록 했다.

동북아시아에서 대기오염 대책을 둘러싼 국가 간 공조는 매우 미흡하다. 발생국과 피해국의 수가 크게 차이 나고, 직접적인 피해국이 한국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내륙지역의 사막화 진전에 따른 황사 영향은 유럽과 달리 추가로 해결할 문제까지 안고 있다. 현재 체결 또는 논의 중인 국제 협약도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과거 특정시점 기준으로 일정비율을 줄이기로 함에 따라 과거와 현재 배출량 측정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과거 배출량이 정확한지 누구도 확인하기 힘들다. 현재 배출량도 에너지 사용량 등을 통한 대체 검증에 그친다. 국가 간 협약을 맺더라도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통계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면 더욱 그렇다.

대기 오염물질 대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면 미래의 추가 발생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의 배출량을 100으로 정하고 향후 증가할 수 있는 분야는 인접 국가와 협의를 거치게 하는 방법도 있다. 향후 이뤄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사업이나 오염원 발생시설 건설 등은 인접국가와 협의토록 강제하는 협약을 맺는 것도 긴요하다.

또 협약은 꼭 지키도록 해야 한다. 인접 국가에 국제사법재판소 자동 제소권을 주거나, 당사국이 참여하는 별도의 제재위원회 등을 만들어 위반 국가에 대해 공동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문제는 발생원 국가에 대한 국제적 통제와 간섭 없이 해결하기 힘들다.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장차 추가로 발생하는 부분만이라도 국제협약을 체결해 통제해야 한다. 대기오염 문제는 우리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생활 안보의 문제로 다가왔다. 더 이상 실기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