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논설위원
[ 홍영식 기자 ]
미국은 순국·참전용사들을 각별하게 예우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수여한다. 수훈자는 대통령과 장군들로부터 먼저 거수경례를 받는다. 평생 의료 혜택과 같은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 야구장 등 공공장소에 가면 훈장 수훈자가 있다고 방송되는 등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받는다. 미국에선 전사자가 돌아올 때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맞이하는 게 관례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이들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자 4명의 합동영결식은 대통령, 총리뿐만 아니라 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은 채 ‘해군장’으로 초라하게 치러졌다. 당시 중상을 입었다가 순직한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가 이듬해 “주한미군사령관이 새해 위로편지를 보내왔다. 정부에서는 전화는커녕 편지 한 장 없다. 내 아들은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단 말인가”라고 쓴 수기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어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로 순직한 55명의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도 기념식에 불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군(軍) 통수권자가 두 해 연속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당 대표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다른 당 대표들도 불참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해 수호의 날’에 대해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들을 추모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남북한이 함께 책임질 소지가 있다는 얘기였다. 군 원로들이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살 수 있게 된 것은 호국용사들이 목숨 바쳐 나라의 안보를 지킨 덕분인데도, 그런 군을 기념하는 행사가 어느 순간부터 ‘북한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북한은 온갖 도발을 저지르고도 사죄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누가 북한을 그렇게 만들었으며, 호국영웅과 후손들을 욕되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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