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사태' YG, 15분 만에 싱겁게 끝나…삼바도 '국민연금 반대' 뚫고 이사 재선임

입력 2019-03-22 17:38
관심 끌었던 주주총회

국민연금, 대상·韓電·한국단자
반대의견 냈지만 원안대로 통과


[ 김동현/노유정/전범진 기자 ] 올해 첫 ‘슈퍼주총데이’인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313개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열었다. 분식회계 논란을 겪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선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세청 세무조사·버닝썬 사태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는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 채 15분 만에 주총을 마쳤다.



대상·한국전력 등 안건 원안 통과

이날 서울 합정동에서 열린 YG엔터 주총에선 양민석 대표와 최성준 사업기획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탕샤오밍 상하이펑잉경영자문파트너십 자본투자위원회장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조영봉 이엔캐스트 부사장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발언한 주주가 거의 없었고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배호성 변호사의 상근감사 후보 재선임안은 부결됐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발목을 잡았다. 주요 주주는 위임장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회사 측은 국민연금(지분율 6.06%)의 사내이사 찬반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YG엔터 주가 하락으로 이달 들어서만 약 75억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3.0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고의 분식회계 혐의 등의 책임을 물어 사내이사 선임 등 5개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모든 의안이 절반이 넘는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주주인 삼성물산(43.44%)과 삼성전자(31.49%) 지분율이 70%를 넘어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의사 표출에 그쳤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주총에서 “내부 회계관리 제도 운영 실태에 이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대상, 한국전력, 한국단자 등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일부 안건에 반대의견을 냈지만 모두 원안 승인됐다. 국민연금은 당초 대상의 김병태·나양주 사외이사 재선임에 ‘이사회 참석률 저조’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제동을 거는 데 실패했다. 대상은 이날 정관을 변경해 단체급식, 외식 컨설팅, 식음료품 수출입 등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한국전력의 이사보수 한도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한전의 이사보수 한도가 경영성과에 비해 과도하다”며 반대 의사를 냈다.

29일 537개사 주총 예정

이날 일부 상장사 주주는 주주제안 안건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다. 삼양식품 주총에선 주주제안으로 올린 ‘이사의 자격정지 정관 변경의 건’이 부결됐다. 회사 2대주주인 HDC(지분율 16.99%)는 주총 전 ‘모회사나 자회사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등기이사는 결원으로 처리한다’는 제안을 올렸다. 국민연금(5.27%)도 이 제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삼양내츄럴스 등 오너일가 지분에 밀렸다.

YG엔터를 비롯해 3%룰에 걸려 감사 선임이 불발된 회사도 쏟아졌다. 프로스테믹스, 우성사료, 크린앤사이언스, 일신바이오, 웰크론, 한국화장품 등의 감사 선임이 부결됐다.

오는 29일은 올해 최대의 슈퍼데이로 주총을 여는 기업이 537개에 달한다. 이어 27일 328개사, 22일 313개사, 26일 240개사 등의 순이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올해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면서 집중도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 개정된 외부감사법 시행 영향으로 기업들이 주총 날짜를 가능한 한 늦추려 하면서 주총일이 3월 하순과 마지막 주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김동현/노유정/전범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