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경제 재도약 원년
한전·효성重·삼화콘덴서공업 등
국내 16개 기관·기업과 손잡아
'전압형 HVDC' 개발 성공땐 해외서 경쟁력
[ 김해연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최규하)이 미래형 송전기술인 ‘전압형 HVDC 기술 국산화’를 위한 1243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이끈다.
이 기술 국산화 사업은 그동안 외국 기업에 의존해온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대형 국책사업(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다. 국내 유일의 전기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을 필두로 한국전력공사, 효성중공업, 삼화콘덴서공업 등 대한민국 전기·에너지 분야를 대표하는 16개 기관 및 기업이 손을 맞잡고 기술개발에 나선다.
초고압 직류송전이라 불리는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대량의 전류를 고압으로 원거리 전송하는 기술이다.
비상 상황 때 이웃 연계망과의 조속한 순환이 가능해 블랙아웃의 위험성이 낮고, 기존 교류 전력망보다 전력 손실이 적다. 주파수 제약도 없어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차세대 전력전송 기술로 불린다.
HVDC 기술은 반도체 소자의 동작 원리에 따라 ‘전류형’과 ‘전압형’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전압형 HVDC는 재생에너지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송전탑 크기가 작고 지중화가 가능해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도 높다.
해외 선진기업 위주로 상당 부분 정착돼 있는 전류형 HVDC와 비교해 전압형 HVDC는 다양한 전압 용량별 기술개발 단계로 우리나라가 아직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이번 사업의 추진단으로 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기관은 한국전기연구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압형 HVDC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이 사업을 이끌고, 효성중공업을 비롯한 협력기업들이 핵심부품을 제작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엔지니어링(전력계통 현황 분석)-설계-제작’까지 이어지는 전반적인 기술 라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기술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우리나라 기술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HVDC 기술은 전기 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굴지의 기업들만이 보유하고 있다”며 “16개 기관 및 기업이 소통과 한마음으로 단결해 대한민국 HVDC 기술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책사업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 유동욱 연구부원장은 지난해 12월 전압형 HVDC 기술의 진흥 및 국산화 노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기술 유공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유 부원장은 19대 미래성장 동력사업인 ‘멀티터미널 직류 송배전시스템’ 추진단을 2014년부터 운영하며 HVDC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연 유기적 협력체계를 형성하고 공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통한 선순환적 밸류체인(value-chain)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 부원장은 “1987년 한국전기연구원의 일원이 된 이후 30년 넘게 전력전자와 HVDC 연구 분야에 집중해왔다”며 “앞으로도 세계시장 및 기술선진국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전압형 HVDC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