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신용카드 강자 '비자'는 왜 가상화폐사업에 진출하나

입력 2019-03-21 10:21
수정 2019-03-21 12:01
글로벌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기업 비자(VISA)가 가상화폐(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 지사에 '비자 암호화폐팀'을 만든다. 기업 구인 전문사이트 스마트리크루터스에도 비자 암호화폐팀에서 근무할 전문인력을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공고에 적힌 "향후 암호화폐가 지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 있는 인재", "비자 리서치팀과 긴밀히 협력해 신제품 개발"등의 문구로 미뤄볼 때 비자카드의 암호화폐 사업 진출이 확실시된다.

신용카드 강자인 비자가 왜 암호화폐 사업을 준비할까. 알 켈리 비자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그는 "암호화폐가 단기적으로는 비자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도 암호화폐 사업 진출계획과 관련해 "진출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렇게 하겠다. 암호화폐가 단순 상품이 아닌 결제수단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켈리 CEO는 당시 "아직은 암호화폐가 결제수단이라기보단 상품에 가깝다"며 선을 그었다.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결제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가 갖는 효용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뜻. 최근 암호화폐가 결제수단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영향도 있어보인다.

지난달 JP모건은 기업간 결제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JPM코인'을 만들었다. 기존 은행 전산망 대신 JPM코인을 사용해 기업간 대규모 결제를 처리, 수수료를 절감하고 처리속도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소액결제 분야에서도 암호화폐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인터넷 브라우저인 '오페라'는 "0.00002이더리움(약 3원) 단위 소액결제도 가능해졌다"고 밝히며 앞으로 인터넷 상에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결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결제는 기존 금융시스템에선 정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처리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결제 수수료보다 낮은 금액의 소액결제도 기존 금융권의 고민거리였다. 이같은 '틈새시장'에 암호화폐가 대안적 결제 수단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

최근 미국의 거대 소매업체 크로거가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비자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등 입지가 흔들린 것도 비자가 암호화폐 사업을 모색하는 이유로 짐작된다. 크로거는 이후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지불 솔루션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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