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송 신임 코스닥협회장
사업손실준비금制 다시 도입해
손실 대비 준비금 비용 인정을
[ 오형주 기자 ]
“제2 벤처붐을 일으키기 위해선 2000년대 초반 코스닥시장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 있었던 시장 활성화 제도를 부활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정재송 신임 코스닥협회장(사진)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코스닥시장은 진입 문턱이 낮다는 것 이외에 유가증권시장과 이렇다 할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제이스텍 대표를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지난달 제11대 코스닥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정 회장은 코스닥시장이 과거에 비해 침체된 원인에 대해 “2000년대 존재한 여러 제도들이 하나둘 폐지되면서 우량한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머물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로 든 게 2006년 폐지된 사업손실준비금 제도다.
사업손실준비금은 기업이 향후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이익 중 일정 비율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면 그만큼을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 일종의 과세이연 제도다. 정 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기업 사정이 잠깐 회복됐을 때 곧바로 세금을 물게 돼 다시 자금난에 빠지는 곳이 많다”며 “사업손실준비금은 간접적으로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손실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보다 엄격한 몇몇 코스닥시장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손질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회장은 “건전성 확보를 위해 코스닥시장 상장관리요건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특히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제도의 경우 마치 관리종목에 지정된 것과 같은 부정적 인식을 줘 상장사의 자금조달과 영업활동에 악영향을 준다”고 토로했다.
이월결손금 공제기한 합리화, 최대주주 상속·증여주식 할증평가 기준 완화, 스톡옵션 과세 개선, 회계직원 채용 시 세액공제, 장기투자자 주식양도차익 과세 공제 등도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코스닥협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17개 세법 개정 관련 건의사항을 조만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대부분 사항이 세제와 관련된 문제”라며 “기획재정부가 움직여야 코스닥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기관투자가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지난 19일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를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