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정족수를 못 맞춰 본회의도 열지 못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이런 와중에 이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의 일부 공익위원들이 편파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했고, 인신공격 수준의 비난이 오가는 등 내홍까지 빚어지고 있다. 상호존중과 양보,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사회적 합의체인 경사노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사노위는 이달 들어 본회의를 아예 열지 못하고 있다. 두 차례 회의 소집이 있었지만 노조 측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연대해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각기 5명인 노사의 어느 한쪽이라도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으면 의결을 할 수 없다.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반쪽 합의’라는 비판을 받아온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국회에 넘겨 보완하게 하고, 다른 산적한 노동·고용현안을 하나씩 논의해야 할 상황인데 파행이 길어지게 됐다. 고용·근로·임금의 유연성 강화, 사회안전망 보강, 격차 해소 같은 본격적인 의제는 논의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파성 논란이 계속되는 것도 문제다. 공무원과 해고자 노조활동 보장 등을 담은 이른바 ‘ILO 비준 권고안’이 노동계 요구대로 흘러가는 것부터가 그렇다.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의 행태도 경사노위의 중립성을 의심케 한다.
경사노위가 편파논란에 휩싸인 채 결정장애의 한계까지 보이면 정부와 노사 모두 손해다. 노·사·정 사이의 갈등을 키우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지 못 하면 ‘청년백수’와 중장년 실업자 등 노동시장 외곽의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경사노위 구성주체 모두가 책임의식과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4단계로 노동시장을 개혁해 고용률을 확 끌어올린 독일의 하르츠개혁이나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같은 합의를 실현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미봉책만 내놨다”는 비판을 받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경사노위 무용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법적 권한을 행사하되 정책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게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