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실험 움직임' 경고하며 대북제재 강화
美·日 '한반도 주변 감시' 공조
대북압박 강도 높이는 美
[ 김채연 기자 ]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을 단속하기 위해 해안경비대(USCG)를 일본에 파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상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북한의 제재망 무너뜨리기 전략을 일본과의 공조로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일본과 공조 강화하는 미국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19일(현지시간) 자국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경비함(WMSL-750)이 지난 3일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사세보는 일본에 있는 7곳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중 한 곳이다.
버솔프함은 동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원유, 석탄 환적을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해상 환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수입이 제한된 유류를 확보하기 위한 북한의 대표적 제재 우회 수법으로 동중국해를 넘어 서해상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행동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미국이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버솔프함 투입은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 대북 제재에 구멍이 생기는 상황을 우려해 직접 대북 제재 감시 강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NHK는 미국이 일본과 공동개발한 미사일 ‘SM3블록2A’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실험을 내년에 실시한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미국과 일본이 2006년부터 함께 개발한 요격 미사일로 내년 실험에선 ICBM 요격에도 사용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설 자리 좁아지는 ‘촉진자론’
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이 더욱 강화되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이제는 남북이 나설 차례”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면서도 “협상 교착을 풀기 위해선 남북 경협 재개 등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은 자유롭고 안전한 인도·태평양 항행을 모토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겠다는 의사조차 공식적으로 언급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기관 최고 수장인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9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츠 국장의 방한은 우리 측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비롯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15일 기자회견 등 최근 북한의 동향에 대한 정보 공유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츠 국장은 북한의 핵활동이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미 정보기관의 분석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20일 코츠 국장을 접견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코츠 국장은 카운터파트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국내 고위 당국자와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기로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도 미 정부가 북한이 위성발사를 감행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