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원 벌려고…모텔 몰카 설치 '생중계', 1600명 사생활 유출

입력 2019-03-20 16:10


모텔 등 숙박업소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투숙객들의 사생활을 촬영, 생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모(50) 씨, 김모(48) 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임모(26) 씨, 최모(4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 씨와 김 씨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영남·충청권 10개 도시에 있는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를 설치, 투숙객 1600여명의 사생활을 촬영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생중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는 해외 사이트에서 착안해 작년 6월부터 숙박업소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박 씨가 지난해 8월 부터 모텔을 직접 다니며 객실을 대실해 셉톱박스, 콘센트박스, 헤어드라기어 거치대 등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김 씨는 영상 확인과 사이트 구축, 서버 운영, 동영상 편집 등 기술 총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범행에 쓴 카메라는 숙박업소 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렌즈 크기가 1㎜에 불과한 초소형이어서 작은 구멍만 있어도 촬영이 가능했다.

이들이 운영했던 사이트 회원은 4099명. 이 가운데 97명이 유료회원으로 파악됐다. 월정액 약 5만원으로 총 125번의 결제가 이뤄져 700여 만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

모텔 등 숙박업소에 이처럼 무선 IP카메라를 설치해 혼자 투숙객을 엿보다 검거된 사례는 전에도 있었으나 촬영물을 사이트로 송출해 실시간 생중계한 경우는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시간 객실 상황을 공짜로 중계하다가 성관계 장면 등에서는 돈을 내야만 볼 수 있게 결제를 유도하는 한편,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따로 편집해 유료 판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편집돼 남아있는 VOD 영상은 모두 803개로 확인됐다. 이들이 제공한 영상이 재유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함께 입건된 임 씨는 중국에서 카메라를 구매해 들여오고 대금을 결제하는 일을 맡았고, 최 씨는 사이트 운영자금 3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하고, 피해 모텔에 설치된 카메라를 모두 철거했다.

이번 검거는 경찰이 자체 개발한 무선 IP카메라 탐지 기법이 사용됐다.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나 적외선을 포착하는 방식의 기존 카메라는 가까이 다가가야만 탐지가 가능했다. 반면 경찰이 이번에 개발한 탐지기는 카메라가 통신할 때 발생하는 고유 기기번호와 신호 세기를 결합하므로 수m 떨어진 곳에서도 탐지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숙박업소 측에서는 객실 내 셋톱박스와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스피커 등에 틈새나 작은 구멍이 뚫린 곳, 불필요한 전원 플러그가 꽂힌 곳 등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이용자는 객실 불을 끄고 스마트폰 불빛을 켜 렌즈가 반사되는 곳이 있는지 살피면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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