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바지에 스니커즈 신은 '주주'들…"삼성전자 공부하러 왔어요"

입력 2019-03-20 11:33
액면분할 후 '젊은주주' 눈에 띄게 증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구경 겸 공부하러 왔다"



20일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예년의 2배가 넘는 주주들이 몰렸다. 삼성전자 주총에는 평소 4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1000명이 훌쩍 넘는 주주들이 참석하면서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할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2017년 말 15만8000여 명이었던 주주 수는 지난해 말 78만8000여 명으로 늘었다. 주총이 열리기 전에 주총장 800석이 가득찼고 별도로 마련된 공간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자리가 꽉 차 서 있는 주주들도 많았다.

주주 수가 많아지자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불편을 겪었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작년보다 많은 주주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교통 편의성, 시설 환경 등을 감안해 추가 공간을 마련했지만 불편을 끼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늘어난 주주 수 만큼 주주들도 젊어졌다. 삼성전자 주총에는 그동안 50대 이상의 중년층이 주로 참석했지만 이날 주총은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은 10~20대 젊은 주주들이 다수 보였다. 삼성전자 주총 현장 관계자는 "예년과 비교해 젊은 주주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 "액면분할 이후 젊은층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장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이혜성(19)씨는 충주에서 올라왔다. 이씨는 액면분할이 진행된 지난해 초 용돈과 세뱃돈을 모아 삼성전자 주식(4주)을 샀다. 이번 주총에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이씨는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인데 그동안 비싸서 사지 못하다가 액면분할하면서 구입했다"며 "주가가 조금 떨어졌지만 별다른 불만은 없다.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풍산, 한국전력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염세도(21)씨도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구입한 경우다. 염씨는 "주식 공부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구경 겸 공부하러 안양에서 올라왔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러라 생각하지 못했다. 1위 기업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주총은 별다른 충돌없이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주가 하락,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TV 13년 연속 글로벌 1위, 스마트폰 글로벌 1위, 반도체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임직원 모두가 철저한 준비와 도전을 통해 주주와 사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