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올 1월 1일 현재 공시지가를 살펴본 결과, 관광객이 몰리는 대도시 상업 중심지역과 기타 지역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일본 전국 평균 지가가 지난해 1.2% 상승할 동안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3대 도시권의 상업지역은 5.1%나 올랐습니다. 특히 ‘1극 집중’우려가 큰 도쿄의 지가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시기 가격을 웃돌고 있습니다. 전국 평균 지가가 최근 4년 연속으로 올랐음에도 여전히 1990년대 초의 40%에 불과한 것과 대비를 이룹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 19일 발표한 올 초 시점 공시지가는 상업·공업·주택 용도를 합친 전국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1.2%상승했습니다. 4년 연속 전국 평균가격이 오른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지방 공시지가가 거품경제 붕괴 이후 27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지가상승에선 상업지역 지가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상업지는 평균 2.8% 상승했습니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3대 도시권의 상업지역은 5.1%나 올랐습니다. 오사카권이 6.4%, 도쿄·나고야권 상업지역이 4.7% 뛰었습니다. 이 같은 상업지역 지가 상승률은 리먼쇼크 직전 부동산 상승기 데이터가 포함된 2008년에 이어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방 거점도시의 상승률도 눈에 띕니다.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4개 도시의 상업지역 평균 상승률은 9.4%에 달했습니다.
일본 3대 도시와 지방 거점도시 상업지역의 지가 상승 배경으로는 관광산업의 활성화가 꼽힙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방일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도시 지역 상점과 호텔의 수요가 높아져 땅값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일본 관광수요가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2014년 3대 대도시권에서 시작된 지가 상승세가 삿포로 등 4대 지방 거점도시로 퍼졌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도쿄의 경우 간판 상업지역인 긴자 지역의 경우 이미 지가가 거품경제시기를 넘어섰습니다.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야마노 악기 긴자점’으로 1㎡당 공시기가가 5720만엔(약 5억8141억원)이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도쿄 아사쿠사 지역도 지가가 34.7% 급등하면서 도쿄권 상승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도쿄가 거품경제 시기 지가를 뛰어넘었지만 오사카와 나고야는 아직 거품경제 시기 땅값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가가 오르고 임대료가 뛰면서 대형 패스트패션 업체도 임대료 부담에 문을 닫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 H&M의 일본 진출 1호점이었던 긴자점은 지난해 7월 임대료 부담에 문을 닫았습니다. 오사카 신사이바시 상점가에도 폐점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대신 기존 패션 상점들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드럭스토어 등이 들어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주요 도시 도심지역 임대료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부동산 서비스회사 CBRE에 따르면 미나토구, 지요다구 등 도쿄 도심 5구의 지난해 12월 3,3㎡당 평균 임대료(3만7400엔)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습니다.
상업지역 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주택지역 지가 상승도 꾸준합니다. 저금리에 기업의 임금인상 등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공시지가 발표에선 지방 공시지가가 거품경제 붕괴 이후 27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대형 상업시설을 정비하거나 육아환경을 개선한 곳, 재개발을 진행한 곳을 중심으로 지가가 올랐습니다. 지자체가 인구유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곳은 지가가 오른 반면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지역은 여전히 지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오랜 기간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주요 참고자료가 돼 왔습니다. 최근 일본 부동산 시장의 변화상에서 한국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참고할 수 있을까요.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