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남주혁 "연기 선생님 누구냐고요?" (인터뷰)

입력 2019-03-20 09:13

JTBC '눈이 부시게'의 수혜자는 배우 남주혁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대중이 놀랄만큼 몰입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감정선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연기력 논란이 일었던 일부 작품들의 모습은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만난 남주혁은 연기력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평가에 대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라며 "특별한 계기가 있느냐, 연기 선생님이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모델 활동시절 출연했던 tvN 'SNL'은 네티즌이 꼽은 남주혁의 흑역사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그때도 '열심히'였다고.

남주혁은 "21살 때 연기자를 꿈꿨던 그 시절부터 저는 정말 열심히 했다. 노력하고 잘 하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지만 작품마다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다보니 이번 작품을 만났고,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 것 같다"고 속내를 전했다.

'눈이 부시게'에서 남주혁은 훤칠한 외모와 강직한 성품을 가졌지만 알코올 중독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지닌 기자지망생 준하 역을 연기했다. 후반부에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혜자(김혜자)의 주치의로 등장했고, 이내 젊은 혜자(한지민)의 연인 준하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 작품을 통해 남주혁은 주연 배우로서의 성장을 입증했다. 상처 입은 감정선을 풀어내 여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대선배인 김혜자, 한지민과의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모델 출신 남주혁은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2014)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데뷔했고,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 '치즈인더트랩',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출연해 주조연급으로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가 주연급으로 발돋움 한 것은 '역도요정 김복주'와 tvN '하백의 신부 2017', 그리고 영화 '안시성'을 통해서다. 이로써 남주혁은 2018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 제10회 올해의 영화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눈이 부시게'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그래서 남주혁에게 '은인' 같다. 그는 "좋은 선배님과 감독님을 잘 만나서 이런 이야기도 듣는 것 같다. 감독님은 배우를 배려해 주시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과거 받았던 질타에 대해 "상처는 너무나 많이 받았다. 연기자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댓글을 최대한 안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연기뿐 아니라 제가 아는 모든 것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에서 연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예전 작품에서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을 카메라에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살면서 나와 다른 이들을 돌아봤을 때 화가 나도 티를 안 내는 사람이 있고, 너무 슬픈데도 울지 않고 나가서 우는 사람도 있다. 제가 스스로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에 한정지어 연기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눈이 부시게'의 준하라면 감정을 숨기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친구일 수록 자기 감정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냥 서있어도 서있는게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 쳐져 있어 보여야 했다. 될 수 있도록 (연기를) 안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하고 해야 할 일을 적어둔 '체크리스트'가 있다. 그 수첩 속엔 어떤 일들을 적어놓냐고 묻자 남주혁은 "이번 작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배우 활동을 하려면 가져야 하는 일들을 적어놨다. 예를 들면 발성 연습 같은. 밥 먹듯이 해야할 것 들이다"라고 밝혔다.

남주혁이 출연한 '눈이 부시게'는 JTBC 월화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19일 방송된 최종회는 전국 기준 9.7%, 수도권 기준 12.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마지막까지 차원이 다른 감성으로 가슴을 울렸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운 ‘눈이 부시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따듯한 위로를 전했다. 알츠하이머 혜자를 통해 바라본 ‘시간’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마음속에 깊게 남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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