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논쟁 촉발…가상화폐 시총 70조 증발 불러
스스로를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해온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이 1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 후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체인분리)의 방향성을 놓고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된 인물.
그는 당시 비트코인 채굴자들에게 “우리 진영을 편들지 않으면 보유 비트코인을 모두 팔겠다”고 언급, 불확실성 우려를 키우며 한 주 사이에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70조원 가량을 증발시킨 바 있다.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최소 비트코인 100만개(약 4조5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이라 발언의 파장은 컸다. 암호화폐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유 비트코인 일부만 던져도 전체 시장의 충격이 예상됐던 탓이다.
하지만 그의 엄포에도 채굴자들은 반대편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비트코인캐시에서 갈라져나와 ‘비트코인SV(사토시비전)’를 만드는 것으로 하트포크 논쟁이 일단락됐다.
2015년부터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했으나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던 그는 이후 업계와 투자자들의 ‘공공의 적’이 돼 비난에 시달렸다.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이전부터 지병으로 사망한 동료 개발자 데이브 클레이먼 소유 비트코인을 가로채기 위해 서명을 위조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비트코인SV의 시세 부진이 맞물렸다. 비트코인SV는 비트코인캐시와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시세 차이가 2.4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트위터에는 그를 겨냥한 ‘가짜 사토시봇(Fake-Satoshi Bot)’이란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은 라이트 수석연구원이 쓰는 모든 트위터 글을 그대로 가져와 그가 무심코 했던 발언들을 철회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글이 실시간 복제되는 것을 피하려 새 계정을 만들어 옮겨가려다 갑작스럽게 계정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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